[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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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09:59

   밴 버스가 66번 도로를 한참 가다가 202라고 표시된 도로를 만나면서 비탈진 길로 빠졌다.
오오오오!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였다. 이리로 가야 했었나 봐.
운진은 일단정지에 섰다가 좌회전을 했다.
그랬더니 도로 정면에 루레이 동굴 오른쪽 방향으로 또 꺾으라는 화살표가 보였다.
밴 버스는 66번 도로 다리 밑으로 해서 만난 사거리에서 신호 안 받고 우회전을 했다.
그 도로가 루레이 동굴로 곧바로 가는 202도로이다. 
거대한 크기의 동굴 선전판이 나타났다.
오오오오!
뒤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이렇게 갔어야 하는 거였구나아!
도로는 약간의 구릉도 나오고 평탄하기도 하면서 이차선으로 조용했다.
왼쪽으로는 깍아지른 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꼬불꼬불 이어지는 작은 계곡이 보였다.
뒷좌석의 여성들은 다시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숙희는 카세트 테이프 플레어를 또 작동시켰다. 운진 그가 이 테이프 저 테이프에서 이 노래 저 노래 골라서 하나에다 복사했다는데 거의 다 그녀에게 익숙한 곡들이다. 
그녀는 아직 따라 부를 용기가 나지않는다.
   "언니이! 무슨 노래 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에다 틀어서 다 같이 들으면 안 될까요?" 아마도 진희가 안면이 조금 있다고 총대를 멘 모양이다.
숙희는 이어폰을 빼고 운진을 봤다.
운진은 에이 쩟 하며 입맛 다시는 시늉을 하고 손을 내밀었다.
숙희는 그의 손에 워크맨을 올려놓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워크맨을 열어서는 흔들어서 테이프를 나오게 했다.
숙희가 워크맨을 잡고, 운진이 테이프를 꺼내서는 밴의 테이프 플레어에 밀어넣었다.
   넓고 외로우운~
노래가 중간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세에상에서어~
여성들의 합창이 터졌다. 길고 험한 여~행길 너~와 나누리

   탈, 춤을, 추자아!
남자들이 악을 악을 썼다.
여성들이 흥 하고 다음 노래를 기다린다.
교회 밴 버스는 얕은 구릉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방은 온갖 이름의 동굴 선전판이 즐비했다.
운진이 테이프를 꺼내어 뒤집어서 넣었다.

   나 어떡해 (뭘 어떡해)
   나 어떡해 (뭘 어떡해)
여성들이 선창하면 남자들이 후창을 했다.
장로 양반이 계속 흥흥거렸다.
   "이렇게라도 스트레쓰를 풀어야 이민 생활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안 그렇나, 미스터 오?"
말 안 통하는 나라에 이민 와 살면서 위축된 어깨와 마음들을 자연에 나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평소 수줍어서 말도 못붙였지만 노래를 무기 삼아 목청도 돋궈 보고...
장로의 찬찬한 말에 운진은 끄떡임으로 대신했다.
그의 눈은 길을 안 놓치려고 사인판들을 날카롭게 살핀다.

   스케이트장에서 (으짜잔짠) 만난 영화
밴 버스가 넓다란 주차장으로 들어서며 유니송은 약속이나 한듯이 뚝 끊겼다. 
   "이번엔 동굴을 먼저 왔네?"
한 여성이 그렇게 말했는데, 그 말이 운진을 쳤다. 이번에라면, 이번 세상?
   "저번엔 드라이브 코스 돌고 늦게 와서 닫혔었는데."
같은 음성의 계속 되는 말에 운진은 돌아다 보고 싶은 충동을 싸워 이겨야 했다.
   같은 세상을 반복할 수는 없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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