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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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8. 09:58

   좌석의 여성들은 여성끼리 남자들 정신 못차리게 떠든다.
남자들은 각자 멋있는 폼으로 앉아 밖을 볼 뿐이다.
숙희는 운진이 건네준 쏘니 워크맨 즉 카세트 테이프 플레어를 들으며 간다.
두번째 좌석에 앉은 인솔 장로 양반이 몸을 앞으로 하고 운진과 열심히 얘기한다.
그 장로 양반 옆에 앉은 병선이는 말하는 사람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듣는다.
그들이 하는 대화는 각자들 떠나오기 직전의 고국 얘기이다.
그러고 보니 장로 양반이 운진보다 일년 뒤늦게 이민왔다.
   "아, 전 지하철 2호선 공사 시작할 때 왔죠." 운진의 말이다.
   "나둔데?" 장로 양반의 말이다.
   "2호선이요?" 병선이의 말이다.
그 쯤에서 숙희는 남자들을 번갈아 봤다. 2호선이 뭐야?
   교회 밴 버스는 버지니아 주로 들어선 후 캐피털 벨트웨이를 벗어나며 66번 도로로 힘차게 올라섰다.
   "병선아."
   "응. 네, 성!"
   "좀 가다가 매나사스 만나는 데서 설 거거든? 미리 얘기해."
   "무슨 얘기?"
장로 양반이 병선의 어깨를 잡았다. "무슨 얘기는 이 사람아. 숙녀들더러 볼 일 보실 분들 미리 준비들 하시라는 거지."
병선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때 뒷좌석에서 진희의 말이 날아왔다. "저기요, 이모네형님. 중간에 안 서나요?"
이모네형님?
누구?
이어 남자의 말이 날아왔다. "담배 한 대 태우고 갑시다!"
밴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운진은 음성으로 누군지 알아맞춰 보려 하다가 말았다.
병선이가 뭐라 하려다가 놀란 놈처럼 몸을 수그렸다.
   너 깐족거리는 거 그만 해! 사촌 형의 야단치는 소리가 기억나서였다.
밴 버스가 사거리에서 좌회전하고는 어느 샤핑 센터로 들어갔다.

   채소와 과일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파는 가게인데, 한쪽에서는 간단한 음식도 판다.
여자들은 한꺼번에 몰려가서 화장실을 쓰고.
남자들 중에서는 흥섭과 영호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담배를 피운다.
그 둘을 인솔 장로가 못마땅한 눈길로 본다.
운진은 그제서야 사촌동생을 봤다. "너 담배 끊었냐?"
   "저 치들하고 같이 피우기 싫어서."
   "그러다가 끊겠다?"
   "이따..."
숙희가 제일 먼저 돌아왔다.
   '얼마나 더?' 그녀가 입술로만 운진에게 물었다.
   "인제 반도 안 왔어요."
   "어휴..."
몇몇 사람이 대표로 가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왔다.
밴 버스는 인원 점검을 하고 바로 떠났다.
   "장로님." 운진이 말했다.
   "오, 미스터 오, 왜?"
   "동굴을 먼저 갈 겁니다. 산에야 나중에 올라도 되니까요."
   "오, 그래. 그러라구."
   "동굴은!" 성렬이 톡 쏘았다. 
왜애!
우리 동굴 보러 가요오! 
여성들이 소리쳤다.
숙희는 그녀가 대표로 운전자에게 사죄하는 양 쑥스럽게 웃었다.
장로양반이 뒤를 돌아봤다. "동굴 먼저 갑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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