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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 자가 혹시...'쑤는 개리에게 애원했다. [보쓰의 아들 주니어와 챌리는 이제 정말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요.]그녀는 개리를 처음으로 보쓰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녀는 통사정했다. [알고자 하는 것을 나중에 때가 되면 다 불테니 둘의 결혼을 승락해요.]   [애들 결혼과 당신이 안다는 것을 왜 연결시키지?]    [그만큼 애들의 결혼을 우선시 한다는 뜻이예요. 만일 나 때문에 걔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거라면, 말해요, 나한테서 뭘 원하는지.]쑤는 그렇게 말해놓고 속으로 뜨끔했다. 근 이십년전 그에게 셐스 서비스를 한 적이 있는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이 자가 또 요구하면 어쩌나...'개리가 쑤의 방탕한 사생활을 나무란 배경이 질투에서였는지는 모를 일인 것이다.   [알트가 다른 회사들을 합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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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숙희와 살면서 늘 이렇게 생각해 왔었다.    '늘 부정직하고 말과 행동의 변덕이 심한 여인하고 어떻게 계속 살겠나.'   '딸들이 자립할 때까지만 좋은 집 환경에서 지내도록 그냥 나 하나 희생하자. 그런 다음에 헤어지자.'그러다가 아내 숙희를 이해하는 감정들이 생겨났고.그러한 이해는 그녀의 차차 드러나는 이면적 노출에 의해 다시 엷어져갔고.그녀가 임신했다는 소식에 흥분도 했고.비록 미약하나마 아내를 지켜주는 보람도 늘었다고 자족해 했는데.갑자기 등장하는 주위의 인물들이 그녀의 과거에 대해 운진에게 폭로하며 은근한 분개심과 적대감을 부채질 한다. 즉 숙희가 근본적인 의문점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반응을 보이지않아 그나마 희미한 신의를 잃어가는데, 그런 와중에 챌리의 혼삿말이 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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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운진과 숙희가 처음부터 결혼했더라면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이어져왔을까.숙희는 여전히 같은 직업을 가졌을까?운진은 여전히 수단 좋은 장사가로 돈 좀 만져봤을까?사람의 일이란 상상만으로는 모르는 일이다.    두 사람이 결혼했더라면 어쩌면 금전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도 무척 고생했을 것만 같다. 숙희는 몰라도 은행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찾았을 테고. 운진은 아마도 단순 노동이나 남의 집 고용살이 등등으로 입에 간신히 풀칠이나 했을까...그러나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만은 활발했을 것이다.   "우리 서로의 삶을 살다가 이렇게 다시 만나서 이렇게 사는 것이 우리의 운명? 아니면, 우리의 팔자였을지도 모르지."   숙희가 결론을 내렸다. "아니면, 처음 만났을 때 결혼해서 살다가 너무 힘들어서 헤어졌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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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몸을 돌려서 운진의 상반신을 은근히 눌렀다.    "나는 자기네 엄마가 나한테도 육두문자 쓰는 바람에 실망... 그래, 아니, 서운했지만. 자기는 울 엄마한테 물벼락을 몇차례 맞았잖니. 그 말을 듣고 내가 어땠겠어. 자기 자존심 유난히 쎈 거 내가 아는데..."운진이 숙희의 어깨를 슬쩍 미는 시늉을 했다. "날 당신 엄마 보는 앞에서 쳐서 넘어지게 한 건 기억 안 나나부지?"   "오호호! 사실은 그 때... 엄마가 좀 주춤하더라? 나중에 나보고 꼭 그래야 했느냐며."   "통쾌하셨나부지."   "통쾌는 내가 했지!"   숙희가 운진의 볼에다 볼을 비볐다. "참 착한 남자구나. 내가 좀 망나니 같은 기질을 못 고치고, 화 난다고 발로 찼는데, 그냥 돌아서서 가던 남자...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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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읽고 있던 신문을 내리고 운진을 봤다.    "삼류소설 같은 말을 하네, 자기?"   "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그래서 보낸다 그러면 참 유치한 핑게들을 댄다고 여기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는데, 당신과 헤어질 때, 정말 그 말이 공감되더라구."   "난 아니었는데?"   숙희가 신문을 접어서 소파 옆 티테이블에 놓았다. "난 내가 기다리고 싶은 만큼 기다려 보다가 자기가 소식 없으면 그냥, 뭐, 나 혼자 살지... 그래서 혼자 살았는데?"   "그러니까 내 얘기를 하는 거지."   "솔직히 나는... 다른 이유로도 혼자 살아야... 했지?"   "왜. 당신 엄마 때문에?"   "... 엄마?" 숙희의 눈 앞과 머릿속으로 그녀가 겪었던 수 많은 과거 장면들이 지나갔다.   "김 사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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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하고 사이 안 좋은 자식들 치고 제대로 시집 장가 가는 거 못 봤어.바꿔 말하면 부모하고 사이 안 좋은 자식들 치고 결혼 잘 하는 거 못 봤어...그 말이 운진의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며 맴돌았다.그리고 그 말이 숙희보다는 영란에게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그나저나 이제 운진의 주위에는 아는 이들이 없다.    전에는 어쨌거나 죽은 아내네가 집안이 많아서 한번 모이면 스무명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게다가 영란모가 그 집안에서 맏이라 무슨 일만 있다 하면 죄다 모여서 최 장로네 집은 늘 북새통이었다.운진으로서는 누이가 하나 있지만, 한번 이혼했다가 다시 와서 살던 매형이란 사람과 또 헤어지고는 어디서 질 그런 남자를 만나 사는데 운진과 사이가 안 좋다 보니 절로 발이 끊어진 것 같다.여조카는 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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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킴벌리보다 챌리가 지난 생일에 갖고 싶은 것은 별로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고 해서.   "응, 그래. 말해." 새엄마 숙희가 격려를 했는데.챌리의 입에서 나온 말. "나, 결혼할래."   "허?" 킴벌리가 되려 펄쩍 뛰었다.   "해!"   새엄마 숙희가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너 하고 싶으면 하는데, 엄마는 이것 한가지만 묻고 싶어."   "네?"   "왜 하고 싶어?"   "왜 하고 싶긴요..."   챌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엄만 왜 했어?"   "나는 원래부터 니네 아빠와 결혼하려고 했었는데... 아, 이건 대답이 아니다."킴벌리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주니어도 하재?" 아빠 운진이 물었다.   "원래는 주니어가 자꾸..." 챌리가 아빠의 눈치를 봤다.   "그런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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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라는 게 있잖니. 자기는 어떤 거든 누구든 용서가 안 되는 그런 성격, 아니잖아."   숙희는 운진의 손을 마치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듯이 쥐었다. "내가 알고, 그리고 내가 믿는 오운진이란 남자는, 어떤 추잡한 꼴을 당해도 다 용서하는, 그런 남자잖아."운진이 돌아누우려는 것을 숙희가 잡아 당겼다.   "자기는 챌리부도 챌리 때문에 어찌하지 못 하고, 용서라기보다는 챌리가 또 상처 받을까 봐 놔두고 있는 거잖아."   숙희는 그의 손을 끌어다가 가슴에 안았다. "자기가 말 한마디만 하면 그자는 평생 바깥 햇볕을 못 보게 되는데... 챌리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운진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런데 그자가 간뎅이 크게 나한테 장난을 걸어. 그래도 자기는 손을 안 쓰잖아."   숙희는 이제 힘을 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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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늘 그러듯 지하실에서 혼자 술을 들었다.   백인 남자들과 돌아가면서 아주 걸레처럼 섹스를 밥 먹듯이 했대요.   딸이 아마 있죠? 여기서 대학 다닐 때 백인 남자 친구랑 불장난해서 낳은.   그의 귓전에 정애의 깐족거린 말이 귀에 쟁쟁하다. '시발! 뭘 얼마나 형편없이 굴었길래 한국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는 표현을 다 써.'그리고 운진은 어떤 결론을 내렸다. 그녀가 툭 하면 깜짝깜짝 놀라고 어떤 대상 없이 늘 두려워 하는 것이 비단 밖에서 이상한 이유로 노리는 놈들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과거 때문에 그런다?'   '고작 나 같은 것한테 알려질까 봐?'   '딸이... 여기서 대학 시절에 있었다면... 여태 살아있다면... 몇살인가?'   그는 자신의 셀폰에 몰래 간직하고 다니..

pt.3 11-1x101 사랑하기 때문에 보낸다는 말의 유치함

사랑하기 때문에 보낸다는 말의 유치함   "내가 대학 졸업한 거가 다 정애 덕이거든. 걔가 내 출석 받아주고 숙제 다 해주고 심지어 시험 답안지도 바꿔치기 하면서 날 졸업시켰잖아. 자기 덕분에, 걔한테 늘 신세져서 께름직했던 것을 싹 씻었다?"   숙희가 수표에 대해 또 말했다. 그녀는 마치 속이 후련하다는 듯이 웃었다. "예뻐죽겠어!"운진은 아내에게서 볼 뽀뽀를 받고 황송해졌다.새아내에게 미안한 심정을 해소하려면 아직도 멀었다.숙희가 늘 그러듯 부엌 식탁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그녀의 셀폰이 진동하며 돌았다.   "정애네?"   숙희가 스크린을 보고 말했다. "응, 그래. 정애야."   '돈이 무섭긴 무섭군!'    운진은 김정애란 여인이 그토록 모욕적인 짓을 당하고도 답례 전화를 하는 것이 가소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