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77

1-7x007

"숙희씨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권하는가 본데, 하시죠."숙희의 고민 아닌 고민을 듣고 운진이 한 말이다.   "난 일이 더 많아질까봐 그러지."   "아아."   "지금도 조금씩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래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않겠어요?"   "그래서 나더러 하라구?"   "뭐... 똑같은 일을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만 집중해서 한다는 소리 같은데요."   "나 한다, 그럼?"   "뭐, 나쁠 것 없는 것 같은데..."   "나 나중에 힘들고 후회하게 만들면, 운진씨 때려준다?"   숙희는 빈 컵을 들어 보였다. "운진씨가 하래서 하는 거니까?"   "만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는..."   "그렇다고 운진씨가 날 어쩌진 못하지."   "밥은 사주겠지."   "아잇! 그 밥..

1-6x006

숙희는 이 곳 화원으로 부친과 공희모가 찾아와서 난리를 피웠던 날, 운진이 등을 보이고 떠나려 했던 때의 장면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그녀는 그 때의 장면만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아파온다.   휴우!   그 때 내가 안 쫓아 갔더라면...그 날.운진이 개와 뜀박질을 실컷 하고는 땀이 번질번질한 웃통 바람으로 어둠을 스쳐 지나갔다.추렄 뒷칸의 쇠문이 탕 닫히는 소리에 그녀는 원두막에서 뛰어 내려갔다.그녀가 슬리퍼가 벗겨지며 맨발로 앞뜰까지 뛰어 가니 추렄은 이미 길로 나갔다.   "운진씨!"   그녀의 외침은 차라리 뜻 모를 울부짖음 같았다. "운진!... 씨."개가 추렄의 뒤 짐칸에서 숙희를 보고 짖었다.껑껑껑!개의 짖음이 벌판에 메아리쳤다.추렄이 끼기기긱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섰다.숙희는 눈물이..

1-5x005

이튿날.숙희는 출근 준비를 하며 밖은 이미 요란법적거림을 알았다.그녀는 뒷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전번과 달리 이제 일꾼들은 멀리서 일한다.운진의 짙은 색 핔엎 추렄이 아주 멀리 세워져 있다.   숙희는 그 날 출근해서 회사로부터의 어떤 제의를 받았다.부사장급 되는 이의 전속 팀에 소속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하고.그는 주로 은행들의 동향을 조사하는 일인자이라고.그의 팀에 소속되어 일하면 세계 은행들의 동향을 분석 파악하는 기술을 배울 것이라고. 숙희는 피앙세와 의논해 보고 대답하겠다고 말했다.그 쪽에서 왜 피앙세와 의논을 하고 의아해 했다.   "He's going to propose me any time soon. (그가 아주 곧 프로포즈를 할 거거든요.)"그녀가 그 날 퇴근해서 화원으로 돌아오니 ..

1-4x004

운진이 숙희를 골프카트에 태우고 벌판을 도는 중이다.숙희는 운진의 설명에 그저 고개만 끄떡였다. "대단하네에."   "모험해 보는 거죠."   "난 그냥 화원이 화원이다 했는데. 아기자기한 꽃이나 파는..."   "꽃도 이젠 통신 판매가 잠식하기 시작하고... 대형 체인점들이 대규모 농장에서 직접 받아서 저의 도매 금액과 거의 비슷하게 팔아요."   "걔네들은 그래도 된대?"   "경쟁이고. 물량이 좌우하는 거니까요."   "와아..."   "그래서 저는 종목을 바꿔요. 양은 많지않아도 귀한 것들을 키워서 제 값 받고 팔려고."   "그린하우스도 그래서..."   "녜. 그린하우스에서는 사철 디저트용 과일이 나올 거예요."   "와아..."골프카트는 매장 뒤의 지붕만 지어 만든 차고 같은 곳으로 갔다.거..

1-3x003

숙희가 부엌 식탁에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고 있는데.매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문이 벌컥 열렸다.숙희는 누군가 하고 상반신만 움직여서 내다봤다.   "숙희씨!" 운진이 큰 소리로 불렀다.   "여기이!"   숙희는 엉겹결에 수저를 든 채 손을 흔들었다. "바쁘네?"   "자요!"   "왜? 뭐?"숙희는 부엌에서 나왔다.운진이 누런색의 종이봉지를 내밀었다.   "그거 뭔데?"   "아침이요."   "나 시리얼 먹고 있는데..."   "자요! 얼른 받아요." 그가 봉지 쥔 손을 흔들었다.숙희는 얼른 다가가서 그 봉지를 받았다.운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숙희는 봉지 안을 들여다 보고, 냄새로 뭔가 알았다. 팬케잌 냄새와 계란 냄새.그리고 젤리퍀과 시럽퍀도 보였다.그는 새벽부터 바쁘면서도 언제 맼도날즈를..

1-2x002

운진이 시내 배달을 다니다가 숙희가 근무하는 직장을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 그 때마다 늘 맛있는 것을 사서 들여주고 간다.그 맛있는 것에는 때때로 금방 데운 S 회사 제품 단팥빵도 있었다.매일은 아니었다.숙희는 어쩌다 책상 위의 전화기를 대답하다가 운진의 '접니다' 말만 들으면 흥분한다.운진은 늘 똑같이 말한다.   여기 좀 나와보시죠 라고.그래서.그녀가 라비를 다녀오면 주위의 동료 사원들이 이번에는 또 뭔가 하고 구경한다.때로는 마악 튀긴 닭날개도 있었다.그 냄새가 온 사무실에 진동하면 모두 일어서서 돌아본다.그녀가 맨날 나만 얻어 먹어서 어떡해요 하고 미안해 하면 그는 그냥 식 웃는다.   "숙희씨가 절 찾아서 올 수 있다면 그러세요."   "나 때문에 배달 늦춰 가면서 돌아 오다가 모가지 잘리면....

1-1x001 1980년

1980년    숙희는 운진의 야전 잠바 스타일의 그 겉옷을 좋아한다. 그녀는 그것을 어깨에 걸치고 화원의 뒷뜰에 나와 벌판 끝에서 시작하는 어느 야산을 바라본다.가을이 겨울을 향해 깊어가며 먼 산들이 헐벗어 간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더 이상 헐벗지 않았다.운진은 의외로 마음이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이다. 그는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그녀로 하여금 조금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선심을 쓴다.그리고 그가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청소를 하면 정말 깨끗하게 한다. 그는 군대에서 해봤다고 했다.그는 숙희의 양말 팬티 브래지어등도 차곡차곡 개켜서 그녀의 방에 들어놔 준다.숙희는 이제 그런 것에 부끄러움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그녀는 다음날이 둘 다 쉬는 날이면 그를 불러 세워서 술 한잔 나눌 때, 때로는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