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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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1. 07:48

   운진은 하루 지난 후에 그 사촌동생 병선으로부터 다음날 어디어디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걱정 마, 성. 깨끗한 여자야."
   "왜 그걸 강조하냐? 허허허!"
   "우리 교회 성가대 반주하는 여잔데. 아마 성하고 잘 어울릴 ?"
   "가만있어 봐... 니네 교회 피아노 반주자면..."
   "성 얘기를 하니까, 어쩌면 알 것도 같다던데?"
   "날?"
   "아니. 내 사춘형이라니까, 그러면 알 것 같대."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
그래서 이튿날 운진은 이발까지 했다.
그의 모친이 또 어디를 가야한다고 같이 나서는 것을 운진은 도망치듯 해서 떨구었다.
사촌동생이 그에게 전화로 가르쳐 준 곳은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번화한 샤핑 센터였다.
같은 시각.
숙희는 아빠의 악세사리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삼십대로 보이는 한국 남자가 들어서는 것이다. 
   "어? 집사님, 안 기세요?"
   "아빠는... 잠시 나가셨는데요."
   "어? 그럼, 어떡한다?"
   "..." 숙희는 남자의 어물쩡하는 자세가 못마땅해서 은근히 외면했다.
   "언제... 들어오세요?"
   "모르는데요."
   "여기서 기다릴까..."
숙희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문 가로 다가갔다.
그랬다가 그녀는 다시 캐쉬대 자리로 돌아왔다.
   "전화를 하고 올걸... 그랬나?" 사내가 숙희를 자꾸 훔쳐본다.
숙희가 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완전 외면을 하자 그 사내가 도로 나갔다.
   한참 후, 그녀의 부친이 왔다. "오, 누구 안 왔었니?"
   "갔어요." 숙희는 문 가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
   "뭐라고 말 안 하대?"
   "아뇨. 아빠 찾길래 어디 갔는지 모르고 언제 올지 모른다고 했더니 가던데."
   "그게 다여?"
   "응." 
   숙희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나 들어갈래, 아빠. 지루해."
   "좀 있으면 어차피 문 닫는데, 기다렸다 아빠랑 같이 들어가지?"
   "그냥 갈래."
숙희는 지체않고 가게를 나섰다.
그녀는 많이 기울어진 초저녁의 여름 해가 길 건너편 건물에 잔광을 반사하는 것을 보고 여름이 그냥 지나가는구나 했다.
   이렇게 시간 낭비할 게 아닌데...
숙희가 차 세워 놓은 곳을 직선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상점들 앞을 따라 걸으며 구경하는데.
   운진은 밤색 추렄을 몰고 와서 그 샤핑 센터에 내렸다.
운진과 숙희 두 남녀는 서로를 알지 못하므로 여자는 쇼윈도우를 보며 천천히 걷고, 남자는 여자들 옷 전문점이 어딘가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숙희는 어떤 동양 남자가 촌스럽게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오는 것을 흘낏 보고 말았다.
운진은 간판들을 보다가 스쳐가는 어떤 동양 여자를 보고 우와 키 되게 크다 하고 말았다.
숙희는 에이 집에나 가자 하고 차 세워놓은 방향을 찾았고.
운진은 T자로 시작하는 양품점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빨리 했다.  
곧 숙희의 하늘색 혼다 승용차는 그 샤핑 센터 주차장을 떠났고.
운진은 그 양품점 앞에서 기다리고 섰는 병선을 보고 손을 높이 들어 보였다.
   "어이, 성! 첫날부터 늦으면 어떡해! 그 아가씨 성 때문에 아직 퇴근도 못 하고 기다리잖아."
   "미안! 미안! 내가 여기를 아는 줄 알았는데, 오다 보니까, 모르드라구? 미안!"
   "벌써부터 건망증이야, 성?"
   "그런가?"
   "벌써면 큰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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