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시간이 지루하게 지나갔다.
운진이 삼촌네 꽃가게의 토요일 마감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데 사촌동생 병선의 머스탱 스포츠 카가 달려와서는 끼익 하고 멎었다.
왔네, 자식!
운진은 속으로 웃었다. 너도 잘 하냐?
"성!" 병선이 차에서 큰 소리로 불렀다.
운진은 화분 들었던 것을 내려놓고 동생의 차로 다가갔다.
병선이 선글래쓰 너머로 인상을 썼다. "성. 그 양품점 기집애 책임질 거야?"
"어이, 야! 그 기집애라니! 숙녀님을 가지고."
"어... 정말인가 보네."
"왜. 그 여자가 내가 지를 먹었다고 썰 풀고 다니냐?"
"먹었어?"
"지난 토요일날 지네 아파트에서."
병선이 차의 발동을 끄고 뛰어내렸다. "아니, 성이 여자를 먹어?"
"아니, 그럼, 주는데 안 먹냐?"
"어떻게 주는데! 그리고! 준다고 막 먹으면, 나중에 책임, 어떻게 질 건데?"
"먹는다 하고 책임진다하고 이꼬르냐?"
"어, 성이?"
운진은 치 웃고는 화분을 다시 들었다.
병선이 바짝 달라붙었다. "아니. 성 같은 사람이 어떻게 여자를 대번에 먹어?"
"그 날 만났을 때 이미 키쓰했구. 가슴 주구. 토요일날 집에 혼자라고 하더라?"
"와아... 근데, 근데, 처녀는 물론 아니었겠지?"
"밑에서 잘 돌리더라, 뭘."
"돌려?"
"여자가 밑에서 쟁반 돌리면 그건 도가 티었다는 거야."
"와아! 다시들 봐야겠네."
"의외로 너 순진하구나?"
"와아! 성이..."
병선이 선글래쓰 너머로 완전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 기집애 워싱톤 바닥에서 걸레라더니. 그리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그런 말들이 다 진리네."
"누가 너한테 부뚜막에 고양인데?"
"와아... 나만 멍 잡았네. 성만 좋은 일 해주구."
"둘이 그날 안 나갔냐?"
"그냥... 그 날 거기서 헤어졌어. 그리고 오늘 우연인 척, 아니, 내가 또 갔더니, 둘이 한참 수다를 떨더라구. 근데, 성이 만난 여자가 나더러 고맙대나. 좋은 형 두었다고."
"하하하! 한 싸가지 하네. 야. 먹긴 뭘 먹냐. 바나나냐?" 운진은 그렇게 둘러댔다.
"아냐, 그럼?"
운진은 그 토요일도 양품점 매네저 진희를 만나서 싸돌아다녔다.
진희가 몰 같은 데서 서슴없이 키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촌동생이 실패한 여자가 꽃가게로 운진을 찾아왔다.
친구가 가르쳐 줬다면서.
"여기 일하신다고 해서... 직접 하세요?"
"아뇨. 삼춘네껀데 거의 제가 맡아서 하죠."
"그럼, 학교는 언제언제 가세요?"
"가을에 개강하면, 학교 갔다 와서 저녁에만 하죠."
"힘드시겠다."
운진은 이 여자는 몸을 함부로 하는 여자가 아니란 걸 눈치챘다. 양품점에서 일한다는 여자는 처음부터 아예 팔짱을 끼고 밀어부쳤으며, 극장에 들어갔더니 벌써 어깨를 갖다 대었다.
이 여인은 나이가 스물 셋에서 넷 정도?
이 여인은 말은 계속 보내오지만 거리를 적당히 띄워서는 그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운진은 이 여인에게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아서라.
댁은 병선이 몫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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