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은 길도 모르고 헤매다가 차의 휘발유가 떨어져서 섰다.
그가 그래도 수신인 부담으로 전화 거는 것은 알아서 제 부모네로 그렇게 했다.
그의 부친이 부근의 지명을 잘 보라 해서 아들이 버지니아 어디에 간 것을 알았다.
그 날밤으로 펜실배니아 주의 앨런타운에서 버지니아 주의 리치몬드까지 노부부의 장장 열시간 이상 달리기가 벌어졌고.
아침녘에 도착한 거기서 아무 주유소를 찾아 이십불을 걸고 빈 휘발유통을 빌리고.
그 통에다가 휘발유를 받아서 차가 선 곳으로 돌아가고.
그 차에다 통에 든 휘발유를 넣어서 차 시동 걸어 그 주유소로 돌아오고.
그 주유소에서 그 차에다 휘발유를 가득 채워서는 부친이 앞장 서고 모친이 차를 몰고 따라가는, 그것도 노친네가 하이웨이에서는 주눅들어 빨리빨리 못 가니까...
장장 열몇시간만인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왔다.
두 노인네는 잠 한 숨 못자고 근 이십사시간 이상을 운전한 택이라 완전 기진맥진이었다.
철썩!
그의 부친이 아들의 뺨을 갈긴 소리였다.
"한국으로 너 혼자 도로 나가서 살던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숙희 앞에 얼쩡거리지 말고 말도 붙이지 말던가, 둘 중에 하나 택해라!"
그의 모친이 목에서 피가 나오도록 악을 써 댄 말이다. "내가 송 언니 앞에 면목이 없다, 이놈아아!"
상훈은 무릎 꿇고 부모에게 싹싹 빌었다고.
숙희는 고모에게서 사과의 말을 듣고 되려 사과했다.
그녀가 칠칠치 못해서 상훈이로 하여금 이상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나 보다고.
그녀는 그렇게 해서 미국에 있는 친척 한 집을 잃었다.
그녀는 그 이후로 펜실배니아라면 그 쪽 방향을 쳐다도 안 봤다.
운진은 삼촌이 돌아오고도 한참 지난 후에야 일주일간 휴가를 달래서 얻었다.
"어디 가니?" 숙모가 그에게 물었다.
"아뇨, 그냥 좀... 바람 좀 쐬려구요."
"아유, 얘애! 움직이면 돈 깨지는데, 웬만하면 그냥 집에 있어. 일은 안 나오더라도."
"좌우지간요..."
운진은 그렇게 해서 꽃가게를 쉬는데.
그의 모친이 아들을 들들들 볶았다. 어디 좀 데려다 달라. 그러면 나중에 태우러 온나 하고 기회다 싶게 부려 먹었다. 평소에 그의 누이 운서가 당하던 일을 넘겨 받은 것이다.
그래서 운진은 아침에 눈 뜨면 추렄을 몰고 아파트를 떠났다.
그는 견문을 넓히는 것도 아니면서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그는 한 가지 알아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교회를 잘 찾아가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교인이 많고 재력이 있는 교회에 드나들어야 귀동냥도 늘고 다른 이들의 수준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사촌 하나가 말했다.
"사는 게 틀리면 아예 상대도 않는 게 또 이민자 교회들의 횡포, 형."
"그렇대냐... 더럽네."
"갑자기, 형, 웬 교회 타령은?"
"님을 봐야 뽕을 딸 것 아니냐!"
병선이 놀렸다. "우리 사촌형 장가 가시려나 보다."
저번에 밤낚시를 같이 떠났다가 사고난 것 때문에 길에서 밤을 꼬박 샌 병선이 운진을 따로 불렀다.
"형. 정말 여자 하나 소개시켜 줘?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볼 거야?"
"내 이 나이에 호기심으로 여자를 찾는 것도 아니잖냐. 문제는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거. 학교를 마저 마칠지. 이대로 잡(job) 잡아서 먹고 사는 길로 나갈지."
"혼자는 힘들어, 성. 하여튼 내가 좀 알아보고 연락줄께."
"너무 부담되는 여자는 말구."
"에이. 성이 뭐 어때서..."
"여기 보니까 깡통만 요란한 여자들 있나 보더라."
"내가 소개하려는 여잔 착하고 얌전하대."
"니가 먹고 나한테 치우려는 건 아니지?"
"아냐, 아냐, 성! 내가 미쳤수? 죽고 싶으면 뭔 짓은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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