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이 시내 배달을 다니다가 숙희가 근무하는 직장을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 그 때마다 늘 맛있는 것을 사서 들여주고 간다.
그 맛있는 것에는 때때로 금방 데운 S 회사 제품 단팥빵도 있었다.
매일은 아니었다.
숙희는 어쩌다 책상 위의 전화기를 대답하다가 운진의 '접니다' 말만 들으면 흥분한다.
운진은 늘 똑같이 말한다.
여기 좀 나와보시죠 라고.
그래서.
그녀가 라비를 다녀오면 주위의 동료 사원들이 이번에는 또 뭔가 하고 구경한다.
때로는 마악 튀긴 닭날개도 있었다.
그 냄새가 온 사무실에 진동하면 모두 일어서서 돌아본다.
그녀가 맨날 나만 얻어 먹어서 어떡해요 하고 미안해 하면 그는 그냥 식 웃는다.
"숙희씨가 절 찾아서 올 수 있다면 그러세요."
"나 때문에 배달 늦춰 가면서 돌아 오다가 모가지 잘리면..."
"숙희씨 책임 아니죠."
"그런 말이 아니라..."
"저야 봄 되면 화원 일로 돌아가는데요, 뭐."
그리고 운진이 말한 그런 봄이 왔다.
그것도 한풍이 하루 종일 쉬지않고 불어치더니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봄이 왔다.
숙희는 봄이 되면 살아난다.
3월 초가 되자 운진은 새벽부터 화원의 앞뒤로 다니며 이것저것 준비로 부산하다.
겨우내 바람에 날려간 진열대들도 바로 세우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펜스에 달라붙은 쓰레기들도 끌어내고, 무엇보다도 정비기술자를 불러서 창고에 들어있는 장비들을 점검한다.
숙희는 한날 호기심에 운진을 따라 나가서 창고를 들여다 보고는 놀랬다.
그 안에는 추렠터부터 시작해서 작고 큰 장비들이 가득했다.
정비기술자가 운진과 같이 다니며 일일히 시동을 걸어본다. 그리고 그 정비사는 소리만 들어보고도 다 아는지 이것저것 만지고 한다.
숙희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떤 주말.
숙희는 전날 약간 과음한 탓에 늦게까지 잠자리에 있는데.
어디서 비행기 같은 소음에다 땅을 진동하는 느낌 때문에 눈이 떠졌다.
창문은 아직 어둡다.
숙희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잠을 더 청했다.
그 요란한 소음들은 이동하는 것 같았다. 진동하는 느낌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숙희는 결국 일어나야 했다.
그 소음과 진동은 점점 더 심해갔다.
그녀는 아예 아침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 새 창문이 훤해졌다.
그녀는 창가로 가서 밖을, 즉 뒷뜰을 내다봤다.
와아!
그녀는 오직 그렇게 밖에 소리낼 수 밖에 없었다.
밖은 온통 장비들과 사람들로 한가득 그야말로 난리버거지였다. 저 소리들이었구나...
숙희는 눈으로 운진을 열심히 찾았다.
몇신데... 부지런들 하다...
숙희는 벽시계를 찾았다. 일곱신데 대낮들처럼 일하네.
숙희가 창가에서 떨어지려는데, 운진이 골프카트 같은 차를 타고 오면서 이리저리 손짓하고 뭐라 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몹시 상기되어 보였다.
오어! 뭔가 못마땅해서 화났나부다!
숙희는 창가에서 얼른 떨어졌다. 밖에서는 저렇게 화도 내고 그러나 봐...
그녀는 아침거리를 어떻게 찾나 걱정부터 들었다. 여태까지는 그가 알아서 먹여 줘왔는데.
그녀는 용기를 내어 부엌 냉장고를 뒤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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