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이 숙희를 골프카트에 태우고 벌판을 도는 중이다.
숙희는 운진의 설명에 그저 고개만 끄떡였다. "대단하네에."
"모험해 보는 거죠."
"난 그냥 화원이 화원이다 했는데. 아기자기한 꽃이나 파는..."
"꽃도 이젠 통신 판매가 잠식하기 시작하고... 대형 체인점들이 대규모 농장에서 직접 받아서 저의 도매 금액과 거의 비슷하게 팔아요."
"걔네들은 그래도 된대?"
"경쟁이고. 물량이 좌우하는 거니까요."
"와아..."
"그래서 저는 종목을 바꿔요. 양은 많지않아도 귀한 것들을 키워서 제 값 받고 팔려고."
"그린하우스도 그래서..."
"녜. 그린하우스에서는 사철 디저트용 과일이 나올 거예요."
"와아..."
골프카트는 매장 뒤의 지붕만 지어 만든 차고 같은 곳으로 갔다.
거기서 운진은 그 카트를 전기 꽂는 데에다 연결했다.
"하루 종일 심심하셨죠?"
운진이 비로소 웃었다. "준비만 하는데도 일이 많네요."
숙희는 고개부터 저었다. "운진씨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는데?"
"그래요?"
운진이 웬일로 숙희에게 손 잡자고 먼저 청했다.
숙희는 의외다 싶으면서도 그에게 손을 맡겼다.
여기서 키쓰하자고 하려나.
숙희는 솔직히 키쓰할 준비를 했다. 많이 발전하는 거지.
그가 그녀의 잡은 손을 더 가까이 끌었다.
그녀는 무게없는 공기처럼 그에게 다가갔다.
그가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그녀는 그의 등 너머로 보이는 저녁놀이 반짝인다고 느꼈다.
"여기 계시면서 외로우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그 말에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저녁놀이 무지개로 바뀐다. "아니."
"제가 주변머리가 좀 없어서 뭘 어떻게 해드려야 좋아하실지 모르거든요."
"지금도 좋아."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
"뭐를?"
"놀러가고 싶으시면 놀러가시고. 누구 만나고 싶으시면 만나고 하세요."
"나는 원래 그런 걸 별로... 알잖아."
"저를 의식하지 마시라는 거죠."
"지금, 여기서 편하고 좋아."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그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서 다음 동작을 기대했다.
저녁놀이 사물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주는 벌판에서 두 청춘 남녀가 키쓰를 한다면 한 폭의 그림일 것 같다.
그제서야 숙희는 운진이 무척 망설인다고 감지했다.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그녀의 그 말에 운진이 더 뻣뻣해졌다.
그가 음 음 하고 헛기침만 연발했다.
결국 숙희가 그의 머리를 잡고 먼저 입술을 가까이 했다.
그는 마치 황송한 듯이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둘의 입술이 처음에는 살짝 닿았다가 숙희가 그의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해가 벌판을 둘러싼 숲 너머로 꼴깍 넘어갔다.
순식간에 주위는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용기를 내어 더 진하고 오랜 키쓰를 히면서 서로의 혀도 느꼈다.
그러나 숙희는 그의 키쓰에서 망설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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