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가 숙희 몫인 노랑색 컵을 들어서 흔들고는 손에 쥔 빈 빨강색 컵에다 쏟았다.
"흐흐. Watch this! (잘 봐!)"
그리고 그가 랠프의 빨강색 컵을 들어서 노랑색 컵에다 딸았다. "쉬이이!"
대나가 제레미의 장난에 상을 썼다. "제리!"
제레미가 노랑색 컵을 숙희의 손에 쥐어주고는 비워진 빨강 컵을 감추었다.
"Hey, Jerry! What'ee doing to my girl, man? (헤이, 제리! 내 여자에게 뭐 하는 거야!"
랠프가 와서 제레미를 밀치는 시늉을 했다. "Danna's gonna beat your butt up, man! (대나가 너의 방댕이를 흠씬 패줄 거야!)"
랠프가 빨강색 컵을 들어서 숙희의 노랑색 컵에다 맞대었다.
[마셔, 조. 이렇게.]
랠프가 드링크를 한번에 쭈욱 마셨다. [음, 맛있네?]
숙희는 마지 못한 척 두어 모금 마셨다.
"오오!"
그녀는 펀치인 줄 알았는데, 알코홀이 섞였음을 알았다. 술이네?
그녀는 두어 모금 더 마시고 컵을 내려 놓았다.
랠프가 환하게 웃었다.
숙희는 그의 웃음을 술인 줄 몰랐냐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미소를 지었다.
랠프가 어서 마시고 빈 컵을 달라는 뜻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가 손에 들린 빈 컵을 몇 방울이라도 아까운 듯 입에다 털어 넣으면서.
대나의 손이 숙희의 팔목을 살며시 눌러서 컵을 놓게 했다.
제레미가 몇발 떨어진 곳에서 이쪽으로 보며 싱글싱글 웃고 있다.
얼마 후, 랠프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Let's go! We will take you home. (가자! 우리가 너를 집에 데려다 줄께.)"
대나가 숙희의 손을 잡아 끌었다. [제리가 랠프의 수작을 미리 알았어!]
숙희는 대나에게 이끌려 가다가 뒤를 돌아다봤다.
랠프가 온 얼굴이 상기되어 숨도 못 쉬겠는지 제 목을 쥐고는 벽에 기대어 서서 헐떡거린다.
숙희가 대나의 손을 놓고 랠프를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은 그녀가 랠프를 구해주러 그러는 줄 알았겠지만.
숙희가 발을 들어서 랠프를 보기좋게 찼다. 그녀의 그 긴 다리를 쭉 내뻗어서.
사람들이 우 피하고.
랠프는 선 그 자세로 붕 떠서 나가 떨어졌다.
사람들이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나쁜 새끼!"
그녀의 입에서 나간 말이다. 고모가 백인놈들 절대 믿지 말라 했다!
그녀는 랠프를 더 때릴 필요가 없어졌음을 보았다.
제레미가 우스워 죽겠다고 문 기둥을 잡았다.
대나가 숙희를 옹위하듯 하며 문으로 향했다.
제레미가 문을 얼른 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앨런타운에 소문이 쫙 퍼졌다.
백인 놈(!) 하나가 동양 여인 하나를 약물로 어찌 해 보려다가 들켜서 혼쭐이 났다고.
랠프는 그 때 둔부께를 걷어채이고는 한동안 절룩거리고 다녔다고.
그러나 경찰에 신고되고 조사받는 그런 단계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숙희는 대나와 아주 친해졌다.
두 여인은 종종 어울려서 샤핑 센터 같은 데도 다니고, 숙희는 백인인 대나를 어느 동양식 레스토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두 여인은 어느 회사에 동시에 입사 원서도 써넣었다.
숙희는 당연히 붙지 못했고, 대나는 일자리를 얻었는데, 대나가 둘이 같이 못 다니게 되었다고 그 회사의 제의를 사양했다.
그렇다고 그 회사가 대나가 탐이 나서 숙희도 뽑겠다고 나오진 않았다.
제레미는 의례히 부친의 컨설팅 회사에 취직되었다.
거의 자동으로.
이번에도 랠프는 제레미의 회사에 취직이 되어 온 동네에다 뽐내고 다닌다 했다.
숙희는 어디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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