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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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1. 07:46

   운진은 돌 잔치집에서 나와 그 동생이랑 곧장 밤낚시를 떠났다. 
낚시 도구들이야 추렄 시트 너머에다 늘 걸어놓고 다니니 어디서 얼은 생선이나 얻으면 갈 수 있다.
언 생선은 이십사 시간 영업하는 마켙에서 산다.
사촌 동생이 돈 잘 번다고 언 생선 한 푸대와 만일을 생각해서라고 닭다리도 한판 샀다.
그 동생이 포드 머스탱 스포츠 카를 운진의 아파트 앞에 세우고, 둘은 추렄으로 떠났다.

   그들이 사는 동네에서 4번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물가가 나온다.
그 곳은 낚시도 허용되고 크래빙(게잡이)도 허용된다.
물 때가 아니라서 고기가 안 올라오면, 낚싯대를 물에 드리워놓고 그 옆에서 게잡이를 한다. 
닭다리를 실에 매달아서 얕은 물에 던져놓으면 게란 놈들이 올라와서 문다. 그러면 실을 살살 잡아 당겨서 거의 물 가장자리까지 따라오게 한 후 와이어로 된 그물로 게를 건진다.
단 게는 암놈이건 숫놈이건 4 인치를 넘어야 가질 수 있다. 그 미만은 버려야 한다.
가끔씩 주 정부에 일하는 감독관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통을 조사한다. 조사해서 4 인치 미만되는 게를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 별금을 메긴다.
한 마리당 백불씩.
사촌 동생이 잔칫집에서 챙겨온 캔 맥주를 운진에게 내밀었다.
   "난 괜찮아." 
운진은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미국 맥주가 영 맛이 없다.
사촌 동생은 맥주 캔을 피직 따서는 한 번에 비우고, 열린 창 밖으로 날렸다. "성은 성질 감추고 산다는 게 신기해. 그러기 쉽지 않은데."
   "승질 부릴 데도 없잖아?"
   "성은 왜 친구를 안 사귀지?"
   "하나 사귀었는데, 여기 못 살겠다고 딴 주로 갔어."
사촌 동생이 캔 또 하나를 땄다.
그는 그것도 한번에 비우고는 또 창 밖으로 던졌다.
운진은 눈만 치켜 떠서 거울로 뒤를 봤다. "야, 뒤에 차 있어."
   "우, 쓋! 캎(cop)은 아니겠지." 
   그가 뒤를 돌아다봤다. "차 지붕에 뭐가 있나 본데?"
   "뭐?"
   "흐흐흐! 아냐."
깜깜한 4차선 도로에 앞은 차가 한 대도 안 간다.
뒤에 붙었던 차가 옆읫 차선으로 해서 추월해 갔다.
   "우, 쓋! 진짜 캎 차네!"
   "오오오오, 쒸엣!"
그 경찰차가 한참 달려가더니 갑자기 경조등을 켰다.
   "우, 쓋! 성 잡는다!"
   "앞에 가다가 잡냐?"
   "흐흐흐흐!"
   "뭐 잡았다!"
둘은 무료한 밤길을 가다 보니 별 일도 아닌데 일부러 재미있다는 듯이 억지를 부린다.
   그들처럼 어중간한 나이에 미국 이민 온 세대들은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공부를 더 할 수도 없고, 어디 제대로 된 직장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한국에서 무슨 전공을 했든 일단 미국에 오면 지네들이 더 선진국가라 해서 싹 무시해 버린다.
그러니까 대졸이나 국졸이나 똑같이 취급 당하는 판국이고, 그나마 돈을 가져온 이들은 적당한 비지네스를 사서 가족이 운영한다. 

아니면, 그 흔한 노가다 일에 들어간다.

아니면, 그로서리나 세탁소 같은 데에서 일한다.
운진은 한국에서 일류 대학은 아니더라도 후기 대학 중 괜찮은 데서 수학을 전공했다.
사촌 동생은 서울대 공대를 중퇴했는데, 미국에 와서 노가다를 하며 성질이 난폭해졌다. 그나마 그는 운진을 성이라고 부르며 다른 친척이나 같은 또래의 사촌들을 상대도 않는다. 
아까도 실은 운진이형 오나 하고 참고 기다렸다나.
운진은 앞질로 달리돈 차들이 갑자기 브레이크 잡는 것을 알았다. "사곤가?"
   "아, 씨팔! 형님들 모처람 만에 낚시 가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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