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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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1. 07:45

   운진은 안채를 나와서 문을 잠그려다가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누구야! 집인가? 오셨나?
그는 도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예, 플라워 샆?"
   "오! 아직 안 닫았네?" 운좋게 일찍 아이를 본 사촌동생의 음성이었다.
   "엉. 지금 막 닫는 중..."
   "오슈."
   "왜. 무슨 날이야?"
   "무슨 날은. 그냥 오라는데."
   "가만 있어 봐. 무슨 날이지?"
   "아, 그냥 오슈. 엉? 빨리!"
통화는 그것이 다였다.

   운진은 사촌동생네 아파트 앞에 가서 알았다.
어둑한 주차장이지만 마악 도착하는 이모들을 봤기 때문이다.
운진은 이모 이모부들에게 머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했다.
   "니 애 돌떡은 언제 먹니?" 막내이모의 질문이다.
   "헤헤헤!"
   운진은 제 머리 뒤를 만졌다. "곧 어떻게 되겠죠, 뭐."
그 날 아기의 돌은 저리 가라 하고 화제가 운진의 장가 가는 것으로 시끌벅쩍했다.
   사귀는 여자 있냐 어느 이모부가 묻고.
   아직 없습니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라.
   예, 예!
   형부. 형부 아시는 이네 딸 있잖우. 그 정비하는 집.
   오, 진짜! 내 한번 물어봐야겠다.
   꽃가게 일 힘들지?
   아뇨, 뭐...
   사내 자식이 꽃하고 놀아! 그러니 그 나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가지! 부랄 떼, 임마!
   하하하!
운진은 죄다 어른들이라 어떻게 대꾸도 못하고 있는데, 병선이 지나가며 발로 툭 건드리고 속삭였다. "성, 방으로 오래."
운진은 기회다 싶어 어른들에게 머리 깊숙히 숙여서 인사했다.
아마도 아파트 이 집의 안방인데, 술상이 좌악 차려져 있다. 또래또래의 사촌들이 빙 둘러앉았다가 방으로 들어서는 운진에게 일제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거기 뭐 하러 앉아서 그런 고문을 받으슈?
   괜히들 걱정해 주는 척 하면서 흉 보는 말이나 하구. 
   자기네들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야?
   성. 아까 작은 이모가 말한, 어느 정비집 딸. 절대 만나지마!
   그 누나 워싱톤 바닥에서 걸레라고 소문났어.
   완전 호박에다가, 꼴에 남자들을 기차게 호려요.
운진은 자리를 비집고 앉으며 술잔부터 찾았다. "한잔 주라!"
사촌들 중 운진과 나이 차이 제법 나는 병선이 술병을 척 들었다. "그 혜정이 기집애 가게에 안 나오고 성 혼자 하지. 엉."
   "어리잖아."
   "고거 벌써부터 보이들 꽁무니나 따라 다니구."
   "흐흐흐!"
   운진은 그 동생과는 말을 별로 많이 안 해도 종종 술을 같이 한다. "하는 일은, 잘 되냐?"
   "요즘에 비가 많이 와서 말유. 젠장!"
   "비 오면 노가다나 꽃집이나... 완전..."
   "내일 노는데, 뭐 하슈?"
   "뭐... 안 해. 이따 밤낚시나 갈까 하구."
   "낚시는 꼭 밤에 해야 하나. 성두, 차암!"
   "낮에 뜨거우면 고기도 안 올라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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