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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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6. 13:11

   숙희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일에 대한 욕심과 집념만 가득하다.
그녀의 마음에는 운진에 대한 애정과 질투만 가득하다.
그녀의 퍀스 머신에는 매일 두시경부터 시작해서 세시경이면 두 개의 은행에서의 그날그날의 영업 결과가 들어온다.
   첫째는 워싱톤 에어리아에서 꾸준히 발전하는 S자 이니셜의 은행의 데일리 추렌젴숀이 지점별로 쉴새없이 들어온다.
물론 그 은행의 본점으로도 데일리 결과가 들어간다. 
본점에서 일하는 애날리스트 직원들도 은행의 데일리 결과를 종합하고 분석하고 하지만 밖의 사람들은 전문 분석가의 평가를 더 신임하고 그들의 결론을 토대로 모든 향방을 결정한다.
즉 S 은행의 활동은 숙희의 하루 후 분석 결과 발표에 백 프로 의존하는 것이다. 
그녀가 플러스(+)로 표시하는 지점은 성과가 좋았던 것이고 반대로 마이너스(-)로 표시하는 지점은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으로 여긴다.
그러면 그녀의 분석에서 나오는 사견이 따른다.
예를 들어 예금주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현찰 인출이 많아지는 지점은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고 숙희의 분석에서 특히 어떤 탤러의 카운터가 유난히 슬로우였다고 지적하면, 그 지점은 그 다음날 바로 그 텔러를 관찰하는 등.
숙희의 S 은행에 대한 철저하고 예리한 분석은 거의 완벽하고 치명적이었다.
   또 하나는 아주 멀리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캘 뱅크의 데일리 추렌쟄숀이다.
그 은행은 70년대 80년대에 들어서 급격히 늘어나는 이민 바람을 타고 비싼 항공료를 현찰로 끊을 능력이 없는 이민자들에게 무담보로 FNPL (Fly Now Pay Later) 즉 지금 비행기 타고 날아가고 나중에 갚으라는 프로그램으로 급격한 융자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그 은행과 그런 계약을 맺은 항공사가 가장 크게는 서북항공으로 불리우는 Northwest 에어라인이고. 
그 다음이 대한항공 즉 KAL이고. 
세번째가 유나이티드 항공사 즉 미국에서 당시 유럽 항로를 석권하던 항공회사이다.
숙희는 주로 융자금 상환 실태를 파헤친다. 
그리고 그녀가 찾은 결과는...
FNPL로 이민온 이민자들은 그 상환 실적이 거의 완벽하다는 것.
즉 죽도록 일해서는 비행기 삯을 아주 열심히 갚는다는 것.
숙희는 그런 결과를 보며 남 몰래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 또한 그 프로그램에 힘 입어 미국 이민길에 올랐고, 고모의 선심으로 갚은 실정이다.
자연히 캘 은행은 그녀로부터 평가 점수가 아주 높은데.

   "나 삼년 걸려서 다 갚았어. 운진씨는?"
   숙희가 화원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그에게 물은 말이다. "나랑 비슷하게 이민 안 왔어?" 
운진은 다 먹은 그릇을 부엌으로 옮겼다.
   "운진씨네는 현찰로 지불했나봐?"
   숙희는 물컵도 얼른 내밀었다. "운진씨네 부자야?"
운진은 대꾸 없이 식탁을 치운다.
   "어이, 오운진.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냐?"
   "오늘은 술도 안 드시고 주정이요?"
   "야, 오운진~!"
   "점점."
숙희는 물컵의 물을 마저 비우려다가 운진에게 컵을 빼앗겼다. 
   "왜 서둘러? 데이트 가?"
   "데이트를 여기서 하고 있는데 어딜 간단 말요."
   "저녁 밥 먹은 게 무슨 데이트."
   "그럼, 데이트는 뭐, 땍출하게 한답디까?"
   "어이, 오운진!"
   "거기다 술 들어가면 볼 만하겠습니다."
   "오운진은 내가 처음 오운진을 의식한 날을 아나?"
   "그냥 보기만 하다가 어 하고 눈에 들어온 날을 말합니까?"
   "진짜 남자 여우네!"
   "대답을 잘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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