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가만 생각해보다가 맞을 각오를 하고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 날... 운진씨는 가게에 오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말로만 듣고도 운진씨에 대한 감정을 처음으로 가슴에 담은 때인데..."
운진은 긴장에서 나오는 헛기침을 했다. "미안하지만... 돌대가리라."
"그 때가... 미국의 레이버 데이(Labor Day)야."
"녜?"
"운진씨한테 거저 얻은 악세사리들을 그 날 하루에 다 팔고."
"그게, 그러니까 몇년 됐어요?"
"얼마 됐나를 말하는 게 아니지."
"악세사리 장사면 2년 전인가... 3년전인가."
"1년이고 2년이고 3년이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난 숙희씨를 교회에서 처음 뵌 게 다인데."
"와아! 오운진!~"
"흐흐흐! 숙희씨 화내시니까 진짜 이쁘다."
"관둬."
"그래서 나는... 운진씨를 대할 때마다 노동절날이 새로워."
숙희의 그 말에 운진은 문자적으로 쥐구멍을 찾는다.
"그 때, 운진씨가 벤더 그만 두고 우리 가게 근처에다 가게를 내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에이. 그 때 그 샤핑 센터에다 가게 낼걸."
"그랬으면 오운진이는 나한테 죽었지."
"행복했겠다."
운진은 천장을 쳐다보며 황홀감에 젖는다. "그 때 숙희씨가 나 죽으라고 때렸으면 나는 행복하게 죽어줄 수 있었겠는데."
"집에 안 가?"
숙희는 결국 운진을 떠다밀었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그나저나 내가 죽도록 시중 들어들인 것에 대해서는 말이 없으시네?"
"뭐."
"가게 짐을 밤새 실어다 드린 거요."
"확!"
숙희가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 때 때려줄 걸 봐줬더니."
"어이, 시이..."
숙희가 두 팔을 벌려 보였다. "이리 와."
그리고.
두 사람은 뒷문 앞에서 아주 진한 키쓰를 또 나눴다.
숙희가 운진을 붙잡고 끌었다.
운진은 혹시나 하는 쓰릴과 흥분에 젖어들었다.
그런데 숙희가 정작 운진을 앉혀놓고 내놓은 것은 밋밋한 와인 종류였다.
"와인 하자는 그 외에는 아무 의미 안 붙은 거죠?" 운진이 말했다.
"노."
숙희가 식 웃었다. "와인에다 무슨 의미씩이나."
둘은 무식하게도 플래스팈 컵에다 와인을 한가득씩 나눠 가졌다.
둘은 건배를 했다.
"저는 숙희씨의 어떤 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뭐?"
"숙희씨의 몸과 마음을 지켜 달라신... 신세란 말만 빼고."
"그건 여기 들어와선데!"
"내 뇟속에는 그 말 밖에는 없다니까요?"
"이상하게 말하지 마? 내 몸과 마음을 지켜 달라 했을 때, 나는 처절했으니까."
"그러니까, 그 말이 내 꼴통 안에 가득하다구요."
"핑게 대지 마! 어림없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켜드리나 고민 중입니다."
"꿈도 꾸지 마!"
"꿈이야 내가 꾸고 내 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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