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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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6. 13:09

   "숙희씨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권하는가 본데, 하시죠."
숙희의 고민 아닌 고민을 듣고 운진이 한 말이다.
   "난 일이 더 많아질까봐 그러지."
   "아아."
   "지금도 조금씩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래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않겠어요?"
   "그래서 나더러 하라구?"
   "뭐... 똑같은 일을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만 집중해서 한다는 소리 같은데요."
   "나 한다, 그럼?"
   "뭐, 나쁠 것 없는 것 같은데..."
   "나 나중에 힘들고 후회하게 만들면, 운진씨 때려준다?"
   숙희는 빈 컵을 들어 보였다. "운진씨가 하래서 하는 거니까?"
   "만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는..."
   "그렇다고 운진씨가 날 어쩌진 못하지."
   "밥은 사주겠지."
   "아잇! 그 밥 타령은! 어디 처녀더러 밥을 해달래."
   "아니, 이번에는 밥 사달랬어요. 밥 해달라는 게 아니라."
   "뭐가 달라. 안 사줘. 못 해줘."
   "그럼, 내가 해주는 밥은 왜 먹습니까?"
   "그야..." 
   숙희가 빈 컵에 조금 남은 얼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더러 밥 해 달라는 건 다르지."
   "밥 할 줄 모르니까, 미리부터 겁은 나서."
   "그만 해?"
그리고.
둘은 뒷문간에서 키쓰를 했는데, 이 날은 조금 더 진한 것 같았다.
숙희가 그의 목 뒤로 팔을 두르고, 그가 유도하는대로 그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그가 그녀의 혀를 마구 빨아 들였다.
그녀는 절로 흘러 나가는 침을 그에게 마구 넘겨 주었다.
그가 그녀의 혀를 밀어내며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그의 혀를 살짝 물고 당겼다.
그리고.
둘은 한참을 부등켜 안고 있었다.
숙희가 갑자기 몸을 떼었다. 
   "얼른 가!"
   그녀는 새삼 부끄러워지며 머리를 다듬었다. "암만 봐도..."
숙희는 운진씨는 꾼 같다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운진은 놀란 놈처럼 허둥지둥 떠났다. 
숙희는 하마터면 그에게 모든 것을 허락할 뻔, 아니, 허락하고 싶었다.
그녀는 이렇게 가슴이 쿵쾅 뛴 적이 없었다.

   숙희는 회사에서 층도 바뀌고 새 방으로 배정받았다.
그녀에게 전용 퍀스 머신이 배당되었고, 퍀스로 온 것들을 일반 종이에 옮겨서 보관할 수 있도록 대형 복사기가 층 복도에 이미 설치되어있다.
그 층에 근무하는 남녀는 수준이 달라 보였다.
그들은 행동도 무척 세련되고 민첩하며 남녀 간의 대하는 태도들이 무척 사무적이다.
숙희가 여태 근무해 온 층의 남자들은 가끔씩 농담도 실실 던져왔었는데, 여기의 남자들은 눈길도 무척 사무적으로 보내오고 말도 아주 정중하다.
   흠! 운진씨 말 듣고 옮기길 잘 했네?
   숙희는 새로 배당 받은 두어 개 은행의 조사에 착수하며, 책상에 세워진 사진틀을 봤다.
여기서는 아무도 방에 함부로 들어와서 사진의 남자가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여기서는 일부러 방으로 찾아오지않고 모든 대화를 스피커폰을 통해서 한다.
   이쯤에서 운진씨한테 고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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