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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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03:00

   숙희는 시원할 것 같은 냉면이 하고 싶었는데, 운진의 이상한 고집에 다른 것, 즉 짬뽕을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더운 날씨인데도 뜨겁고 매운 것을 먹기 시작했더니 당연히 땀이 나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옴추렀던 사지가 펴지는 것이었다.
운진은 비빔밥을 했다.
숙희는 그가 하도 맛있게 먹길래 두어 숟갈 정도 먹어봤다. "내겐 별로구만 맛있게 먹네?"
   "비빔밥이 다 거기서 거기죠."
   "식성 탓인가?"
숙희는 운진에게 자꾸 말을 건다. 운진에게 아는 척 하던 자가 자꾸 보는 것이다.
숙희는 그런 상황이 몹시 불안하다.
괜히 시비라도 붙을까 봐 조마조마해 하는 것이다.
   "데이트 하느라 교회도 안 나왔나 봐?" 성렬의 말이 날아왔다.
운진은 마지막 밥을 떠넣고 수저를 놓았다.
   짜식이 배알도 없는데다 누가 같이 있다고 믿는 모양인가?
운진은 숙희를 보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디저트로 과일 시킵시다?"
   "저기서  말을 건네잖아."
   "신경 쓰지 말아요."
성렬이 있는 쪽에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다가왔다.
   "미쓰... 한이시죠?" 성렬이었다.
숙희는 얼른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운진이 손짓으로 저리 가라는 신호를 성렬에게 했다. "재수없이."
   "운진씨!"
   "어? 재수우..." 
숙희와 성렬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
운진이 앉은 채 그대로 성렬을 아래 위로 훑어봤다. "사람 많은 레스토랑이라고 내가 당신 그냥 봐주고 넘어갈 줄 아나?"
   "어?" 황성렬이 일행을 돌아다봤다.
운진이 뒷자리를 돌아다봤다. "쟤네들이 소위 당신이 말하는 버지니아 애들이야?"
   "어?"
   "당신, 내 사촌동생 건드려 놓고 아직 사과 안 하지."
   "그 때 일은..."
뒷자리의 세 명의 남자가 일어섰다.
운진도 일어섰다. "자식들이!"
   "운진씨!"
   "잠깐!" 
숙희와 성렬의 말이 얽혔다.
운진이 숙희더러 일어서라고 손을 내밀었다.
숙희는 그의 손을 잡아 당겼다. "좋게 말해도 되는데, 왜 안 좋은 말을 써?"
   "이 자한테는 좋게 말 할 필요가 없어요."
운진이 그렇게 말하는데, 세 명이 다가와서, 그러니까 네 명이 모여섰다.
운진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뭐 하자는 거냐?"
   어이. 말이 참 띠껍네 하고 누가 중얼거렸다.
운진이 숙희의 손을 놓았다. "나가자, 얘들아."
그런데, 성렬의 얼굴이 빨개졌다.
다른 세 명이 성렬의 얼굴만 봤다.
   "너희들 중에서 쌈 제일 잘 하는 애가 누구냐?"
운진의 그 말에 세 명이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어이, 황."
운진이 성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렇게 부르는데, 성렬이 눈을 찔끔했다.
   "당신 때문에 디저트 못 먹고 간다. 여기 먹은 거 계산해."
   운진이 다른 세 명을 하나씩 들러봤다. "또 보자구, 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도 감히 나서는 자가 없다.
숙희는 운진이 손 잡고 끄는대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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