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0-1x091 숙희의 운진을 향한 마음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02:58

숙희의 운진을 향한 마음

   숙희는 운진과 나란히 걸으며 고개를 자꾸 갸우뚱한다. 
   "왜... 집에서 우리 둘이 술 마시다가 하던 키쓰하고 오늘 한 키쓰하고 다르지?"
   "오늘은 맨 정신에 사람들이 많은 야외에서 했으니까?"
   "그런가?"
어느 덧 둘은 보드워크의 다른 끝에 또 왔다. 
거기서부터는 모래다.
둘은 걷기만 했는데도 옷들이 땀에 젖었다.
   "좀 한가한 모텔에 방 하나 잡을까요?"
   운진이 골목을 통해 두어 블렄 떨어진 방향을 손가락질 했다. "워터프론트 호텔들이야 벌써 만원일테니 물어보나마나고."
   "은근슬쩍 날 꼬시네?"
   숙희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이런 식으로는 싫어."
   "이런 식이라뇨?"
   "얼렁뚱땅 자고 가자고."
   "숙희씨 텐트에서 쪼그리고 자서 피곤할까 봐 그러죠."
   "암만 봐도 꾼이야."
   "어이구, 참!..."
운진이 먼저 보드워크를 향해 돌아섰다.
숙희는 백사장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밖에서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면서."
   "질투하십니까?"
   "질투 같은 거 안 해!"
   "갑시다, 그럼. 점점 더 더워지는데."
   "지금 바로 가자구?"
   "아무런 준비를 안 해 왔으니, 물에도 못 들어가고. 이렇게 걷기만 하자니 땀만 나고."
   "가, 그럼."
그래서 둘은 추렄이 뙤약볕에 세워진 곳으로 돌아왔는데.
추렄은 그 안이 그대로 한증막이었다.
운진은 양쪽 차 유리를 바닥까지 내렸다.

   둘이 오션 씨티를 벗어나려고 할 때가 오후 다섯시 쯤.
들어오는 도로는 그 시간에도 차들이 잔뜩 밀린다.
추렄이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하니 열린 창으로 뜨뜻하지만 강한 바람이 들어온다.
숙희는 머리칼이 마구 춤추든말든 내버려 두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아무 것도 없는 귓밥이 언뜻언뜻 보였다.
운진은 숙희의 얼굴 옆모습을 슬쩍슬쩍 흠쳐봤다. 무슨 생각에 잠겼나...
   도저히 알지 못 하도록 베일에 싸인 여인.
운진은 일단 재판 보류로 해 놓은 한씨 일당의 습격을 되뇌어 본다. 흥정을 해?
   숙희씨에 대해 일체 손 끊는다는 조건으로 기각을...
숙희가 시트 뒤에 머리를 대고는 눈을 감았다.
   이런!
운진은 오후의 해가 그녀 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미안하다. 하필이면!
숙희는 이내 잠이 들었는지 고개가 운진 쪽으로 돌아오더니 수그러졌다.
운진은 가장자리 찻길로만 갔다.
간간히 가로수가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도로가 북상으로 바뀌니 해가 좌전방에서 때린다.
운진은 앞과 옆을 번갈아 보며 숙희 쪽의 해가리개를 내렸다.
퀸스타운이라는 마을을 지날 무렵 해는 왼쪽으로 즉 운전석 방향으로 기울었다. 그 동네의 작은 샤핑 센터를 지나치면 길은 베이 브릿지로 단번에 치고 올라간다.
운진은 숙희가 행여 소변끼를 느끼고 깨려나 하고 연신 봤다.
그녀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 때는 추렄이 베이 브릿지를 높이 오른 때였다.
그 차이에도 코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낀 듯.
그녀가 몸을 바로 했다. "여기가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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