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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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02:59

   숙희는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때문에 수평선은 안 보이지만 넓은 물을 양쪽으로 돌아봤다.
   "이게 무슨 다리라구?" 그녀가 물었다.
   "베이 브릿지."
   "엄청 높네."
   "들리는 다리 없이 대형 선박이 드나들 정도니까요..."
   "이런 다리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가루도 없겠다."
   "..."
운진은 다리 위에 서서 또는 지나가며 그녀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다는 느낌을 참 많이 가졌다. 왜 다리에서 떨어지는 생각을 할까.
   무슨 병 가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지?
   운진 그는 다리를 지나가면서, 어떤 다리이든 떨어지면 어떨까 하고 상상한 적은 없고 다리 공사하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없었기를 하는 생각 뿐이다.
   "이 다리는 양쪽에서 서로 만들어 오다가 중간에서 만났대요."
   "..."
   숙희는 내리막길의 다리가 휜 것을 본다. "그게 가능... 해?"
   "도중에 방향 조정을 좀 했다나 봐요."
   "다행히 잘 만났나 보네?"
   "저도 우연한 기회에 어디서 읽었어요."
톨게이트를 앞에 두고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숙희는 고개를 창 밖으로 빼내어 뒤를, 즉 지나온 물을 보려고 했다. "와아! 높다!"
운진은 톨 콜렠터에게 일불 짜리와 이십오전 짜리 동전을 주었다.
돈을 낸 차들은 서로 질쎄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운진은 추렄 기어를 부지런히 바꾸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강한 바람이 열린 공간으로 마구 들이 닥쳤다.
숙희는 이제 머리칼을 잡았다 놓았다 한다.
처음 올 때보다 서너시간 지났다고 기온이 약간 하강을 했는지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진다.
숙희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편한 자세를 찾고는 머리를 시트에 기댔다. "얼마나 더 가?"
   "한... 한 시간쯤?"
   "가다가 밥 먹고 들어갈 만한 데라도..."
   "실버 스프링으로 가죠, 뭐."

   가던 날이 장날이랬던가.
운진이 숙희에게 말한대로 실버 스프링이란 동네의 ㅎ 로시작하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성렬이 여러 명과 한 좌석을 세 내어 자리잡고 있었다.
운진은 그를 흘낏 보고는 숙희를 옹위하듯 웨이추레스의 안내를 따라갔다.
   "어이..." 성렬의 조금 주저하는 부름 소리가 났다.
운진은 성렬을 모른 척 했다.
숙희는 자리에 앉고 난 후, 어떤 남자가 운진을 쳐다보는 것을 알았다. "저기..."
   "됐어요."
   "아는 사람인가 본데."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성렬의 어이 오 하는 소리가 났다.
   짜식은 배알도 없나!
운진은 탁자에 놓인 메뉴를 집어 들었다. 뭐, 버지니아 니네 애들 같이 있어서?
   "저기, 부르잖아." 숙희가 탁자 위로 손을 얹었다.
운진은 뒤를 흘낏 보고 성렬에게 턱짓만 보이고 말았다. 네명이군.
   "교회에서... 아는 사람 아냐?"
   "뭐 하실래요?"
   "..."
   "숙희씨는 제가 이러는 게 불안해요?"
   "예의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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