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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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9. 00:38

   황성렬이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다가 오운진이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들어서자 돌아섰다.
운진의 뒤로 그 집 큰딸인 최영란이 들어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날아가 꽂혔다.
마치 두 사람이 데크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추우니까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형국이다. 
게다가 운진의 손에는 콜라캔이 쥐어져 있고, 영란의 손에는 종이접시 두개가 포개서 들려져 있다.
누가 보더라도 둘이 데크에서 인스턴트 데이트를 한 것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성렬에게는 관심없고 수십개의 눈들이 운진과 영란의 움직임에 고정되었다.
운진이 한쪽에 가서 아무렇게나 서니, 영란이 어서 그 캔을 비우고 달라는 손짓을 했다.
그 다음 그들의 동작이 이랬다.
그가 캔을 부지런히 비우니 그녀가 그것을 받아서는 부엌으로 갔다.
보통 가까운 사이의 행동들이 아닐 수 없다...

   나 이~제 카노라
   저 거~친 광야아에
   써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카노라

운진은 오랫만에 흥이 나서 누구의 기타인지 모르지만 끌어안고 목청을 돋구었다.
짝짝짝짝!
넓은 리빙룸에 박수소리가 터졌다.
누군가가 우후~ 하고 환호성도 질렀다.
   "와아! 역시이!" 꾀꼬리 음성이 들려왔다.
운진은 그녀의 음성이 들리자 고개도 못 들고 앉았던 걸상에서 일어섰다.
   "앙코올! 여러분!" 그 꾀꼬리 음성이 말했다. 
그러자 방 안은 이제 짝짝짝짝 하고 손뼉 치는 소리와 앵콜 앵콜 하는 외침이 가득 찬다.
성렬이 운진에게 다가갔다.
운진은 기타를 성렬에게 넘겨주고 움직였다.
성렬이 기타를 잡고 같은 걸상에 앉으려는데 손뼉치던 소리가 딱 그치고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니.
사람들이 그냥 무질서하게 막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성렬은 기타 줄을 아래위로 스르릉 스르릉 소리나게 긁으며 어떤 기회를 찾는데 사람들이 마치 다들 갈 것처럼 일어서는 것이었다.
주로 어른들과 얘기하고 있던 최 장로가 잠깐만 하는 제스처를 보이고는 방 중앙으로 나왔다.
   "자! 자! 자! 잠깐 주목! 잠깐만 여기 좀 보세요."
사람들이 조용해지고 더러는 도로 앉았다.
   "에, 또. 오늘 여러분들 모두 피곤하실 텐데도 모이시라 한 이유는..."
   최 장로가 여전히 기타를 만지는 성렬에게 앞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가 이어서 운진에게도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우리 성가대에서 테너와 베이스의 리더격들인 두 청년이 사소한 의견 충돌로 서로 오해가 생겨났어요. 물론 오해의 발단은 오늘 여기 참석 안 한 어떤 청년 때문이었는데..."
최 장로의 그 말에 운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성렬이 슬그머니 돌아서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성렬에게 날아갔다.
   "앞으로 우리 성가대가 교회에서 제일 바쁩니다. 성탄절 특별찬양 다가오죠. 그러자마자 송구영신 예배가 바로 닥치오죠. 일년 중 가장 바쁠 때 성가대에  어떠한 추라블이라도 생겨서..."
   최 장로가 말을 끊고 큰 기침을 크게 했다. "황군은 어디 가나."
성렬이 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도 붙잡으라는 말을 안 했다.
   "이번 참에 황성렬이를 테너에서 빼죠." 나이 든 남자의 음성이었다.
모두들 그 말이 들려온 방향을 봤다.
지휘자 선생이었다. "뺍시다, 대장님."
   "그러면 될래나..." 최 장로가 좌중을 둘러봤다.
   "어차피 다음 당회 때 황 장로를 휴무장로로 앉히는 투표 하잖습니까? 겸사겸사..."
지휘자 선생의 그 이어진 말에 운진이 일어섰다. "전 반댑니다!"
사람들의 놀란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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