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에 의해 성렬이 다시 들어왔다.
"미스타 황은 음량이 풍부해서 실제 마이크 없이도 본당을 울립니다."
운진은 지휘자 선생을 보고 말한다. "사실 저희들이 무슨 성악 훈련을 받은 출신들도 아니고, 주일날 하루 성가대에 참석한다고 껍쭉대지만, 돌아서면 함부로 목청을 올리고 그럽니다."
사람들이 조용히 듣는다.
"게다가 가리지 않고 술 담배를 하다 보니... 일주일 후 돌아오면 또 엉망입니다."
사람들이 킥킥킥 웃는다. 교회 나오면서 술 담배 한대 하며.
"제 생각인데요... 미스타 황을 올갠이나 피아노 가까이 서게 하면, 귀로 듣고 따라하..."
운진이 이제 생각난 게 있다는 듯 두 손을 딱 마주쳤다. "저번 때 특별 찬양에서."
지휘자 선생이 고개를 끄떡였다. "오군이 음 하나를 첨가해 줘서 잘 넘어갔지."
사람들이 오오 했다.
"덕분에 이상한 음악이 되어버렸지만." 지휘자 선생이 말했다.
사람들이 하하 웃었다.
"그러면 내가 맨 오른쪽끝으로 가라구?" 성가대장이 말했다.
"대장님은 핑게 김에 독수공방 되시는 거죠."
"에이... 난 싫은데."
"우리 장로님이 오늘 간 큰 주사를 맞으셨나 봅니다. 어디서 감히..."
"하하. 좌우지간 오군의 아이디어대로 그렇게 해봅시다."
그제서야 성렬이 인사를 꾸뻑했다.
그런데 지휘자 선생의 다음 말이 성렬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음 청년회 회장은 이미 나와 있죠, 장로님?"
"그럼, 그럼!"
"오형은 아직... 세례를." 성렬이 우물거렸다.
"그야 차차 받으면 되는 거고!" 지휘자 선생이 일축했다.
최 장로가 헛기침을 했다. "그거야 그 때 가서 우리 당회장님이 알아서 하시는 거고."
너까짓 게 참견할 계제가 아니라는 일침이었다.
"원래는 오군이 황군을 못마땅히 여긴다길래 위로를 해줄까 해서 만든 자리였는데. 역시 우리 오군이 평소 통이 큰 청년답게 황군을 용서하고 잘 넘어갔어요."
최 장로가 운진에게 윙크도 보냈다. "자, 더 남아서 교제를 즐기실 분들은 아랫층으로 내려가시고. 가셔야 하는 분들은 주일날 뵙죠."
사람들이 우우 움직이는데 영란이 얼른 나서서 운진을 붙잡았다. "요즘 학교 브레잌이잖아요?"
성렬이 몹시 억울한 얼굴을 했다.
아마도 화원에서 운진에게 꼼짝 못하고 찬 땅바닥에 나가 떨어진 것이 못내 분한 모양이다.
게다가 이 집 딸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운진에게 접근하고 추파를 던진다. 정작 화가 난 쪽이 성렬인데.
얻어 맞은 쪽도 성렬인데.
운진을 위한 위로와 칭찬으로 넘어간 것이 불만이다.
그런데 최 장로가 성렬을 손짓해서 따로 불렀다. "자네가 전 집사네 아들을 교회 주차장에서 몰매 준 것은 당회장님 귀에도 들어갔네. 근데 당회장님이 일단 오군부터 붙잡으라 하셔서 오늘 그렇게 했는데."
최 장로가 성렬의 넼타이를 어루만졌다. "만일 자네가 소문내는 것처럼 버지니아 깡패를 몽땅 동원한다느니. 전 집사 해임안을 올린다느니 만일 그런다면, 자네 부친은 우리 교회에서 장로 해임 받고 다른 교회로 가야 하고, 아마 수도노회에 명단이 올라갈 걸?"
"예?"
"명단이 올라갈 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아나?"
"모, 모르겠는데요."
"명단이 올라가는 사람은 하나님을 섬길 자격이 없다는 뜻이야."
"..."
"그리고 우리가 듣기로 황군은 오군의 상대가 전혀 아니라는데... 이쯤에서 물러서지?"
성렬의 어깨가 축 쳐졌다. "예..."
"성가대도 어차피 오군 도움 없으면 못 하잖아."
성렬의 머리가 더 수그러졌다. "예..."
"미스타 황이 미스타 오한테 사과하라구."
최 장로의 그 말에 황성렬이 문을 향해 홱 돌아섰다.
"참 덩치값 못 한다." 꾀꼬리 목소리가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