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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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9. 00:37

   황 장로와 전 집사의 아웅다웅은 그칠 줄 모른다.
교회에서도 서로 삿대질을 한다.
아들들끼리는 또 한번 붙자고 으르렁거린다.
교회에서는 연일 회의가 열리고 목사도 중재하다가 지쳤다.
그럴 때 성가대장 최 장로가 소위 십자가를 메고 나섰다.
황 장로와 전 집사를 부른 게 아니라 청년회를 소집하면서 성렬과 운진을 꼭 참석시키라고.
   그래서 운진은 전화로 약도를 받은 최 장로의 집을 찾아갔다.
그의 눈에 익은 성렬의 밴 추렄은 이미 와 있었다. 그 외 차들이 많이 와 있었다.
운진은 병선의 머스탱이 없는 것을 알았다.
집 주위는 이미 굽고 지지고 하는 냄새로 난리였다.
어떤 열서너살 정도의 여아가 문을 열었다. "하이!"
   "하이! 캔 아이 컴 인?"
   "으흠?" 여아가 문을 활짝 열었다.
   "땡 큐?"
   "으흠?" 여아가 보조개도 깊게 미소를 지었다.
운진이 인사부터 하며 집 안으로 들어서니 여아가 졸졸 따라붙었다.
당연히 성렬과 운진의 시선이 제일 먼저 부딪쳤다.
그런데 성렬이 먼저 시선을 비켰다.
여아가 콩콩콩 뛰어가서는 최 장로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대디. 섬바디 왔어."
   "응?"
   최 장로가 이쪽을 봤다. "누구. 오오! 오군!"
집 안에 한가득 들어선 사람들이 대화를 뚝 끊고 일제히 운진을 봤다.
운진은 구십도로 숙여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게! 왜 먼젓번에는 오라는데 안 왔나."
   "아, 예... 볼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 볼 일 없는 사람 어디 있어. 다 별 볼 일 있지."
   "죄송합니다."
   "자, 자! 안으로 더 들어오라구."
최 장로가 운진을 떠밀듯 하면서 리빙룸의 끝으로 갔다.
성렬이 따라 가려다가 말았다.

   운진은 아는 얼굴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누굴 보고는 가슴이 철렁했다.
   저 여자 여기 있네!
우정 연습실까지 찾아와서 칭찬해 주었던 여자.
마주 인사하며 가슴 안을 훤히 보여주었던 여자.
그리고 꿈 속에서 밤새 성교하는 바람에 팬티에 몽정하게 했던 여자.
운진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며 자지가 꿈툴대기 시작했다. 
   '성가대도 아니고 청년회도 아닌데, 여길 와 있네? 가만!'
   운진의 눈이 그 여자의 움직임을 쫓아간다. '이 집에 사나? 오...'
그 여인은 몸에 착 달라붙는 홈드레스를 입었는데, 부지런히 움직일 때마다 동그랗고 통통한 엉덩이가 보통 씰룩거리는 것이 아니다.
   "영아야! 지금 오신 성가대 아저씨께 마실 거 갖다 드릴래?"
그 여자가 말하는데 목소리가 문자 그대로 꾀꼬리다. 
저런 목소리 갖고 성가대는 왜 안 하는지.
   "오케이, 언니!" 
운진에게 문 열어준 여아가 어디서 나타났다.
누가 냉장고 문을 열려는데.
   "내가! 내가!" 그 여아가 마구 달려갔다. 
영아라고 불리운 여아가 냉장고 앞에서 운진을 향해 돌아섰다. "웟 쮸 원트."
운진은 웃음부터 나왔다.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하는 짓도 귀여워서. "아무 거나. 애니씽."
   "콬(Coca-cola) 줄께요." 여아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었다.
   "그래..." 운진은 속으로 머리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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