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싸워서 말썽난 성렬과 병선 장본인들은 놔두고, 성렬과 운진을 불러다만 놓고, 최 장로는 그저 많이들 들라고 격려만 하고 다닌다.
운진은 아마도 그 집 사모님 같은 분에게서 음식 담긴 접시 하나를 받고 여자애가 준 캔 콬을 들고 뒷문으로 나갔다.
뒷문은 바로 데크로 연결되었고, 한 군데의 피크닠 테이블에는 이미 두 여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두 여자가 운진을 보더니 뭐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체! 보아하니 진희와 친구거나 같은 수준인가 보군.
운진은 접시를 난간 위에다 놓고 캔을 푸직 하고 땄다.
서늘한 바람이 한차례 지나갔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 바람이다.
운진은 목구멍에서부터 놀라도록 찬 콜라를 한모금 넘겼다. 뒷뜰이 참 좋구나...
뒷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나고.
"어디루 가셨나아..." 꾀꼬리 같은 여자 음성이 들려왔다.
운진은 소리 난 쪽을 돌아보려다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임을 짐작하기에 몸이 굳어졌다.
"저기 계시네!" 그 여인의 음성이 계속 날아왔다.
운진은 마치 뭘 몰래 하려다가 들키는 자처럼 속으로 움찔 놀랬다.
진한 향수 내음이 바람을 타고 확 풍겨왔다.
그의 코에 유난히 익은 향수 내음. 그리고 고기 냄새가 뒤따랐다.
"추울 텐데 나와 계시네?"
여인네의 음성이 가까와 지고, 그녀의 가슴이 운진의 팔꿈치를 슬쩍 닿았다. "방금 구운 갈비에요. 식기 전에 드세요? 근데 밖이 차서 금방 식겠다."
여인이 거의 붙어서서 고기 담은 종이 접시를 난간에다 올려놓는다.
운진은 곁눈질 하다가 못 볼 걸 또 봤다.
앞치마는 했는데 그녀의 스웨터 앞깃이 들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봉긋한 젖무덤 상단이 보인 것이다. 빨간 색의 브래지어도 보였다.
그리고 운진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진하게 풍기는 향수 내음.
밤새 빨가벗겨놓고 성교하던 꿈.
옷을 입었어도 안 입고 옆에 선 듯 그녀의 알몸이 잘 보인다.
운진은 강한 충동이 일었다. 확 하고.
그러나 그는 간신히 진정했다. "맛있어 보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잡수시고나 나서 치하하세요."
"녜?"
"호호호!"
그 여인이 젖가슴도 출렁거리고 단단할 것 같은 엉덩이로 씰룩이며 돌아섰다.
운진은 저도 모르게 그 여인이 빨가벗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물론 꿈에서였지만 한가지 이상한 것은 그가 알지도 못하는 온갖 체위로 그녀와 성교를 했는데, 정작 성기 주위는 못 본 것 같다.
운진은 아주 천천히 돌아섰다.
휙 돌아서면 바지 안에서 넓적다리를 따라 꼿꼿하게 서 있는 성기가 부러질 것 같아서.
와우, 시발! 애가 있었던데. 남자가 누굴까...
저런 색골 부인을 두고 일찍 죽는 거 아냐?
세상 불공평하네, 제기!
병선이 말에 의하면 남자가 사이딩을 한다던데... 밖에 사이딩 추렄도 안 보이고.
집 안에서도 노가다 비슷한 남자를 못 본 것 같고.
운진은 플래스팈 포크로 고기를 찍어 입에 가져갔다. '맛있네.'
바람이 연신 불어오면서 솔향을 가져왔다. 그러고 보니 뒤가 온통 소나무 숲이다.
"겨울에 눈 많이 오면 보기 좋겠다!"
운진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했다. "그림 같겠구나..."
"근데 작년 겨울에 여긴 눈이 하나도 안 왔다면서요." 꾀꼬리 같은 여자 음성이다.
운진은 입에 든 고기를 얼른 삼켰다. "아, 그, 그랬죠."
"올해는 눈이 좀 올 것 같아요?" 여인이 또 곁에 가까이 섰다.
"그, 글쎄요."
"추운데, 왜 밖에서 드세요. 들어오시지." 여인이 걸쳐입은 스웨터를 여몄다.
"경치 구경하면서 먹는 것도 재미죠."
"겉보기 보다 낭만적이시네요? 겉으론 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