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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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03:02

   수키는 이튿날도 퇴근 후 제인과 어울렸다.
제인은 레전씨 뱅크의 펄큐먼트 즉 모든 구매 절차의 매네저가 되어 있었다.
이 날 숙희는 어느 레스토랑 앞 공중전화에서 화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웨스트파크 널서리?" 운진의 다급한 음성이 나왔다.
   "바쁜가 보네?"
   "아, 숙희씨?"
   "나 오늘도 아는 사람 만나서 저녁 먹고 들어가거든."
   "아, 녜에! 알았습니다."
   "잠깐!"
꾸룩!
숙희는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제인더러 피앙세와 어디 가기로 했는데 깜빡 했다며 다음에 또 만나자고 거짓말로 둘러대고는 그 레스토랑 앞을 허둥지둥 나왔다.
운진의 싹싹한 응답에서 불안감이 전달되어 온 것이다.
   '가뜩이나 선도 보고 만나는 여자가 있는데, 틈을 주면...'
숙희는 차를 조금 빨리 몰았다. '누구와 만나느냐고 물어야 정상인 거 아냐?'
   그녀 같으면 그가 누구를 만나서 늦는다고 하면 누구냐고 물을 것 같다. 비단 그가 행여 다른 여자를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낼까봐 의심되는 것도 있겠고, 만일의 경우 누구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비상시 연락할 것 아닌가.
숙희는 삼십분 가량 걸려서 화원에 도착했다.
화원 매장은 불이 이미 꺼져 깜깜했다.
운진의 추렄도 안 보였다.
   어오!...
그녀는 차를 늘 그러듯 주차장에서 조금 벗어난 코너에다 세웠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뒷채부터 살펴봤다. 
그 새... 간 거... 야?
그녀가 몇발짝 다가가니 불이 켜져 있다.
순간, 그녀는 불빛을 보고 반가웠다가 추렄이 없었음에 시무룩해졌다.
   그냥... 제인이랑 더 있다가 올 걸 그랬나...
그녀는 뒷계단으로 향했다. 응? 개가... 안 짖지?
그 때 화원 앞길 방향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숙희는 계단을 한달음에 올라갔다.
그녀가 어두움 속에서 문 열쇠를 꺼내느라 백을 뒤지는데.
껑!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육중한 몸에 작은 발이 흙길을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껑!
개가 계단 밑에서 짖었다.
숙희는 개짖음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가늠하다가 움찔 놀랬다. 
두 개의 작은 동공이 어둠 속에서 빙글빙글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운진이 들려준 짐승들의 눈 구조를 기억했지만 역시 기분 나쁜 장면이었다.
   "늦으신다더니." 
   운진의 음성이 들렸다. "핑게 김에 개 데리고 여기 공원에 갔는데, 역시 닫았어요."
숙희는 문 열쇠를 찾아 꺼냈다. "핑게 김에 데이트 간 게 아니라?"
   "흐흐흐! 데이트는 거기가 깨진 모양인데요?"
숙희는 문을 열었다. "데이트를 여자랑 해?"
   "뭐, 때에 따라선."
숙희는 안채 안으로 들어서서는 문을 세차게 닫았다.
그런데 그가 안 따라 들어왔다.
숙희는 밖을 귀 기울여 듣다가 아무 소리 없음에 화가 났다.
   어이, 시이! 이자가 정말!
그녀는 운진의 말투를 흉내내며 문을 확 열었다.
허걱!
숙희는 문 바로 밖에 섰는 그림자에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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