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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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03:02

   수키는 미팅 자리에서 어씨스턴트 바이스 프레지던트(AVP)로 승진되었다는 소식을 지사 사장으로부터 들었다. 
그 지위는 설령 그녀가 본사로 전근가더라도 따라간다는 말도 아울러 들었다.
그녀는 본사로 가도 똑같은 지위라는 그 말을 그냥 넘겨 들었다.
그리고 이글에서 아예 스카우트 해 가겠다고 나온다는 말도 들었다.
수키는 중역진들의 미팅 내용을 귀담아 들으며...
운진의 간혹 나타나는 쌍스러운 면이 여기 있는 중역들의 점잖고 우호적인 대화체에 비교되기 시작하는 것에 스스로 놀랜다.
그러나 그녀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미팅에 감히 끼이지 못한 전 보쓰란 사내의 작당과 아예 깨놓고 개인적인 만남을 위협했던 것을 백인 사내들의 특징으로 돌렸다.
특히 랠프가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자며 그 조건이 그냥 프렌드를 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고 강제 키쓰를 빼앗겼던 것도 기억해 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운진은 아주 가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지만, 이성간의 예의로는 어디를 같이 갈 때 손 잡는 것 외에 오션 씨티에서처럼 객기로 키쓰를 조른 것...
숙희가 차라리 운진에게 허물어지려는데, 그가 때를 기다리자고 하는 것...
서로를 확인한다는 명목 아래 섣불리 몸을 섞었다가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고 하는 것...
   수키는 미팅에서 그녀가 관리하는 기업체들이 그녀의 조사 분석에 만족한다는 칭찬만 잔뜩 받고 제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세상이 이제 그녀를 알아주기 시작한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 사이 퍀스 머신은 몇 페이지를 더 토해냈다.
   이거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해가 걸리겠구나!
수키는 한숨을 후욱 내쉬었다. 이런 건 누가 따로 정리해야...
   체! 하다 못해 전화나 받는 저 여자가 타자는 못 쳐주나...
그런데 마치 텔레빠씨가 통했던지 아니면 눈치가 백단이었던지 층 입구에서 전화 받고 안내도 하는 그 젊은 백인 여자가 수키의 방으로 왔다.
   빅 보쓰맨이 도와줄 것 있으면 도와주랬다며.
숙희는 퍀스 머신에서 챙긴 것들을 몽땅 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글이 팔고자 하는 지사의 구매자 색출 작업에 손을 대었다.
   캘 뱅크는 내가 불안하다 해 놓고 거기다 팔자 하니까 이글에서 안 한다...
   그렇다면 전에 잠시 일했었던 레전씨 뱅크에다가 한번 말해봐?
사실 그녀는 레전씨 뱅크에서 하워드에게 은행일의 허실을 많이 배우긴 했다. 
그 때 배운 걸로 해서 지금의 아이에프티씨 회사에서 빛을 보는 것은 맞다. 
하워드가 나한테 이상하게 나오지만 않았어도 여태 거기서 일하고 있을텐데...
숙희는 이글 파이넨셜이 처리하고자 하는 지사 몇개의 약력과 가치를 간단히 메모해서는 레전씨 뱅크의 퍀스 번호를 한데 적어서 들고 방을 나섰다.
퍀스 밀린 것을 받은 여자는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수키는 그녀의 일이 끝나도록 기다렸다.
   "히어 유 고!" 그녀가 잘 정리된 것들을 수키에게 내밀었다.
수키는 타자쳐서 퍀스 칠 초안을 그녀에게 넘겼다.

   레전씨에서는 당장 회답이 왔다. 
아이에프티씨에서 제안한 어떤 융자 회사 매입 의뢰에 흥미가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을 보내달라는.
수키는 답변한 이의 이름을 읽고 웃었다. 제인!
   그 날 퇴근 후.
수키는 제인을 서로의 중간쯤 되는 동네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리고 두 여인은 인종의 차이를 넘고 나이 차를 넘어서 지난 날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 자리에서 수키는 제인으로부터 하워드의 몰락에 대해 듣게 되었다.
   따로 융자 회사를 차려서 잘 해보려고 애쓰다가 겨우 하나의 불량 융자 발생으로 파산한.
   일단 제 돈으로 융자를 성립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큰 데로 팔아서 제 돈을 챙겨야 하는, 어찌 보면 잘 될 것 같은 비지네스가 어디서 턱 걸리면 그 날로 망하는 것이다.
그 날 따라 운진은 늦게까지 화원에 남아서 배달 온 물건정리를 하느라 바빴다.
그가 시간이 늦었고 숙희가 귀가하지 않았음을 안 때는 밤 아홉시가 넘어서였다.
그는 화원을 닫고 바로 떠났다.
그 때까지도 숙희는 오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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