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숙희는 목요일에 회사의 출장 허락을 받았다.
높은 사람 하나가 샬로트 본사에 협조 요청을 넣겠다고 했다.
그 때가 오전 열시쯤.
숙희는 화원으로 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럼, 낮에 눈 좀 붙였다가 밤에 떠납시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서 숙희는 조퇴를 했고.
그리고 그녀는 그가 말한대로 방에 들어가 누웠다.
그날 밤.
둘은 간단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숙희의 혼다 차 뒷트렁크에 아이스밬스를 실었다.
그 아이스밬스 안에다는 얼음을 비닐백 채로 깔고 음료수와 과일 케잌등을 넣었다.
"많이 해 본 솜씨네? 살림 잘 하는 여자 같이."
숙희는 실로 감탄했다. "근데 왜 여자쪽을 시집 간다고 그러지?"
"주로 시집으로 들어가니까요."
"남자는, 그럼?"
"왜요? 제가 이런 거 잘 챙기니까, 대신 장가를 그 쪽으로 가라는 겁니까?"
"선 봤잖아."
"우와아! 그 놈의 선 본 거, 되게 물고 늘어지네, 정말!"
"날 두고 선 봤다 하니까."
"그렇지만, 숙희씨는 절 두고 다른 데 선 보면 재미 없습니다?"
"왜?"
숙희는 운진을 팔뚝을 손등으로 툭 쳤다. "난 왜 안 되는데?"
"저는 숙희씨처럼 은근히 질투나서 그걸 투정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선 본 자식을 반 죽일 겁니다. 아울러 숙희씨도 가만 안 두고."
"어?"
"다른 놈들한테 눈길만 줘도."
"얼씨구? 그렇게 얼렁뚱땅 내 입을 막으려고?"
"하지만 저보다 열배 이상 괜찮은 놈한테 간다면... 그 땐 보내드려야죠."
"그래?"
"갑시다!"
운진이 숙희를 차에 강제로 앉혔다.
그리고 그가 혼다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나 약올리려고 선 본 거야?"
"약이나 오르셨습니까?"
"말 안 해."
"일단은... 그렇게 해서 집의 입을 막았는데. 기분 나쁘셨을 줄 압니다."
"나 기분 안 나빴는데? 그래서 나도 다른 남자랑 데이트 했는데?"
"안 들켰으니 다행이죠?"
"나 아직도 연락하면 나올 남자들 많어."
"녜에, 녜!"
"..."
숙희는 깜깜하지만 훤히 뚫린 고속도로를 한참 봤다.
운진도 차의 속도계 바늘을 보다가 윗거울로 길을 살피고 하면서 운전만 했다.
숙희가 큰 한숨을 들이쉬고 내보냈다. "내가... 운진씨한테 빠졌다고 하면 빠진 건데..."
"체..."
"우리 짐을 집에까지 실어다 줬을 때만 해도, 그냥, 친절한 남자구나... 했지."
"흥..."
"진짜로 내가 운진씨한테 홀딱 빠진 거는... 비 오던 날, 교회 앞에서."
숙희의 손이 운진의 어깨에 가서 닿았다. "운진씨는?"
"가만! 어디요?" 운진은 딴 생각을 하다가 당황했다.
"말 안 할래!"
"교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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