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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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14

   숙희는 두번째로 지어 온 약을 중탕하며 속상해서 눈물이 비쳤다.
   '쌩판 남인 운진씨나 언니는 나 몸 약하다고 일부러 돈 들여서 약도 먹여주고 하는데.'
   아버지란 자가 말하는 것 하고는!
   집 나와서 사는데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지도 않아?
숙희의 눈물 찍어내는 모습을 운서가 봤다.
   "아버지 전화 받고 내 안 좋으네요."
운진이 누이에게 대답하는 말이다.
   "그 집안은 왜 그런대니?"
   "지금의 엄마가 계몬데... 일종의 질투, 그런 건가 봐요."
   "누구 땜에?"
   "숙희씨 배 다른 동생이 한쪽 다리를 좀 절어요. 하이 스쿨 다닐 때 운전 배우다가 사고로."
   "인물은 숙희 같고?"
   "많이... 쳐지죠? 키도 작고. 인물은 그냥, 뭐..."
   "그거 갖고 엄마가 니네들 반대하는 건 아닌가 보던데."
   "그 계몬가 하는 이가 엄마한테 숙희씨는 근본을 모르는 자식이라고..."
   "친엄마는 살아계시구?"
   "녜."
   "..."
   운서의 지적인 시선이 동생을 훑고, 이어 숙희를 보고는 톤을 낮췄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근본이 어떤지 참 중요하긴 한데... 내가 보기에 숙희 근본, 그리 엉망 같지 않다."
   "그, 애비라는 한씨, 애비 같지는 않죠?"
   "한씨가 뭐니. 암만 미워도 어른을."
   "아이고!"
운진은 그 다음 말을 삼켰다. 세 놈이 쳐들어 온 추잡을 아시면... 체!
   "그나저나 니네들 젊으니까, 즐기는 건 좋은데. 지금부터 애 낳고 키울 거 아니면, 조심해."
   "???" 
   운진의 얼굴이 빨개졌다. "어, 녜에..."
운서의 눈길이 숙희의 잘 빠진 몸매를 멀리서나마 쭉 훑고 지나갔다.

   "내가 버는 돈 중에서 얼마를... 좀 보내야 할까 봐."
   "얼마나 달래요?"
   "얼마라고 말은 안 하셨는데. 아무래도..."
   "결혼 비용을 다 대래요?"
   "장사가 시원잖아서... 힘든데. 공희는 마침 임자가 나섰다고..."
운진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 대신 허황된 생각 말고 최소한 간단히 하라고 하죠."
   "무슨... 말인데?"
   "돈 없어도 시집은 간다는데, 보내줘야죠."
   "운진씨가?"
   "우리가 아직 식은 안 올렸지만, 안팎으로 다 알려졌는데요. 우린 인정받은 사이죠."
   "가만!"
   숙희는 그의 말을 따지려다가 스스로 놀라면서 기어들어갔다. "허! 벌써부터 형부처럼."
   "전화 온 이유가 뭐겠어요."
   "나한테 돈이 있겠거니 하나 부지."
   "벼룩의 간을 꺼내 먹지, 딸이 버는 돈을 눈독 들이다니."
   "다행히 나는 렌트 안 내고 사는데."
   "그걸 알고 그렇게 나온단 말예요? 설령 그냥 사니까 돈이 안 나간다 해도, 어딜!"
   "운진씨가 내 사정 봐주는 덕에 돈이 조금 모였어. 거기서 좀 헐께."
   "놔둬요. 그게 어떻게 버는 돈인데."
   "나 일해서 버는 돈이지."
   "그, 이리저리 힘들게 쫓아 다니며 머리 싸매고 연구 분석해서 받는 코미쑌을!"
   운진은 작정한 사람 같았다. "제가 연락해서 최소 비용으로 하라 할께요. 진짜 염치 모르는 인간들이네!"
숙희는 그렇게 유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가 선뜻 나서주겠다고 하니 한시름 놓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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