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면서 행복하고 황홀해진 쪽은 성렬이었다.
그녀가 줄에 끼어 움직이면서 성렬의 팔짱을 끼고, 그녀 특유의 풍만한 유방을 그의 팔뚝에다 밀어대는 것이었다. 혹 오운진이란 사내가 보고 질투할까 했는지.
그러나 정작 운진과 숙희는 좀 남은 것을 치우고 일어섰다.
숙희가 먼저 그런 것이다.
교회에서도 눈에 거슬렸는데 여기까지...
굉장히 어색해 하는 남자를 보니 억지구나.
숙희는 그렇다고 영란처럼 즉흥적인 쑈를 부리지는 않았다.
숙희와 운진이 레스토랑을 나가는 것을 영란은 당연히 지켜 보았다.
"어? 저거 미스터 오 하고..."
성렬이 말을 채 맺지 못하게 영란은 잡았던 그의 팔를 탁 놓았다.
숙희는 들어올 때처럼 운진의 팔을 가볍게 잡고 보조를 맞추어 나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운진의 안색을 살짝 살폈다.
혹 그 여자의 등장에 자극 받았나 해서.
'그 여자가 아닌 말로 육탄 돌격을 하면 자신없는데...'
운진은 영란의 우발적인 감행 보다는 성렬이 괘씸하다고 여기는 중이다.
하긴 숙희씨와 공개적으로 다니면서 최영란을 또 관심 둘 수는 없지.
그나저나 오늘 저녁 엄마한테서...
'그래서 교회를 비겁하게 미리 도망쳐 나온 건데...'
영란은 성렬이 결국 이용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안다.
미스터 오가 어울리는 여자들이... 나름대로 특징이 있네.
피아노 치던 여자는 작은 키지만 몸이 육감적이고?
잠깐 비쳤다가 안 보이는 여자는 역시 키가 작지만 전형적인 대학생 스타일.
요새 어울리는 여자는 글래머 타입에 미인형.
'결국 그런 점들을 다 갖춘 여자로 변해야...'
그러니까 미스터 오란 사내를 차지하려면 몸이 육감적이어야 하고, 대학생처럼 청순해 보여야 하고 그리고 정장을 하면 멋스러운 여인이어야 한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수키는 이글에서의 연락을 걱정하며 앞에 놓여지는 일감에 충실했다.
다시 맞은 주말.
화원은 토요일 아침부터 안팎으로 북적거린다.
매장의 전화는 쉴 새 없이 벨을 울려댄다.
그러다가 숙희는 화원으로 걸려온 부친의 전화에 응답해야 했다.
운진이 무선 수화기를 넘겨주며 그녀의 귀에다 이렇게 속삭였다. 일단 무조건 좋게 하시라고.
"별 걱정을 다 해!"
숙희는 부친이 운진에게 한 짓거리를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홧홧거리는데.
그녀는 운진에게 쏘아주고 곧 후회했다. 그에게 짜증 낼 일이 아니었어...
한씨가 큰딸에게 뜬금없이 연락 온 이유는 공희의 결혼 문제 때문이었다.
"제 걱정 마시고 공희 임자 나설 때 시키세요."
"글쎄, 언니인 니가 아직 그러고 있는데."
"공희는... 그러니까, 좋다 하는 남자 있을 때 서둘러야죠."
"근데, 남자가 좀, 그렇다."
"왜요?"
숙희는 습관처럼 물어 놓고 곧 후회했다. 왜.
식구와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가 불체예요?"
"아니. 이민 온 건 맞는데. 나이가 좀 들었고. 홀어머니랑 입에 간신히 풀칠 하나 봐."
"그래도 공희가, 좀 그러니까, 웬만하면..."
"니가 남자네 좀 만나 보면 안 되겠니?"
"아뇨. 만나지 않겠어요."
숙희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리로 전화 하실 처지가 아니실텐테요? 현재 미스터 오가 저 아직 여기 묵고 있는 것 때문에 보류할 뿐인 걸 아실텐데요?"
"야!" 한씨는 그렇게 변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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