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전에처럼 운서언니의 발성을 귀담아 들으며 그대로 따라하기만 했다.
그녀의 귀에 운진의 굵은 저음이 잘 들렸다.
그리고 그 신경 씌이는 여자의 맑고 고운 소프라노 음성도 잘 들렸다.
목사께서 성가대를 또 칭찬했다.
그 날의 설교 주제가 하나님의 성전에 꼭 나와야 하는 이유였다.
하나님의 성전에다 각자 개인의 재능을 바쳐야 한다며.
특히 찬양에 소질이 있으면 빠짐없이 재능 발휘를 해야 축복을 받는다고.
병선이가 사촌형을 자꾸 돌아다 봤다. 성 같은 사람에게도?
운진은 소리 안 나게 끅끅끅거리고 웃었다. 뭘 봠마...
아아멘!
아아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멘!
아아멘!
아아멘!
아아아아아아멘!
아~멘!
일곱번 기도송이 그 긴 여운까지 다 끝났을 때, 운진과 숙희는 이미 교회를 빠져 나갔다.
둘은 손 잡고 키득거리며 차로 달려가서는 이내 주차장에서 사라졌다.
그 뒤에서 운서는 소프라노의 미쓰 최가 몹시 약오른 기색으로 다니는 것을 봤다.
아예 노골적인데?
딸까지 딸린 여자가 총각을 노린다... 뭐, 사랑은 그런 걸 가리지 않으니까.
운서는 앞을 내다보는 소위 점쟁이는 아니지만,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내 동생은 때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라서 숙희가 까딱 실수하면 엉뚱한 화를 불러들이지...
어쩌면... 저 미쓰 최가 걔네들 사이에 한 몫 할지 모르겠는데?
운서는 부친과 최 장로란 분과의 절친한 사이가 께름직하다.
그 쪽 집안도 듣자 하니, 장로 사모란 이가 친정의 맏딸인데, 계열 가족이 만만치 않다고.
운서쪽도 모친이 오빠가 있지만 맏딸로 동생들에게 주는 입김이 제법 세다.
그 두 아주머니가 결탁하면 웬만한 교인 가족은 그냥 매장 시킬 정도의 파워가 있는데. 아니.
그 두 아주머니가 마음 맞아서 오케이하면 아닌 말로 교회성원의 삼분의 일 정도가 싹 빠져나가는데.
운서가 보기에 문제는, 그 두 아주머니는 남편들과 달리 안 친하다는 것.
에잇! 운진이나 숙희도 보통 애들은 아니니까!
그런데 홧김에 합바지에 똥싸기인지 아니면 꿩 대신 닭인지 최영란이 황성렬의 식사 제의를 순순히 받아 들였다.
둘이 성렬의 대형 승용차에 타고 교회를 떠났다.
운진과 숙희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샤핑 몰로 갔다.
몰 안은 에어콘 시설이 좋아서 어디를 걸으나 아주 시원했다.
일종의 정장차림인 동양 남녀가 손도 다정히 잡고 걸으니 지나치는 이들의 시선을 받는다.
"배고파요?" 운진이 물었다.
"좀... 왜, 뭐 먹게?"
"저 끝에 레스토랑이... 그 로스트비프로 유명한 체인이예요."
"오! 나 로스트비프 좋아하는데?"
"갑시다!"
"로스트비프를 칼로 썰어서 주는 데야?"
"소스에다..."
"맛있겠다! 가!"
그래서 두 사람이 몰 한 끝에 자리잡은 B 레스토랑으로 갔고.
소스에 담긴 로스트비프에다 매쉬 포테이토에다 샐러드까지 곁들여서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를 잡고 서로 담소하며 먹는데.
그리로 영란과 성렬이 왔다.
성렬이 줄이 기네 하고 중얼거렸는데, 영란이 어디를 보고는 몸이 딱 굳었다.
오운진과 한숙희가 교회에서 본 차림 그대로 마주 앉아 음식을 사이좋게 먹고 있는 중이었다.
영란은 꽥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저지시켰다.
비록 오운진도 볕에 그을려서 황성렬처럼 피부가 짙지만 부티는 멀리서도 느껴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