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2-1x111 공희 결혼하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15

공희 결혼하다

   열살 차이.
   운진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암만 다리 하나 불편하다고, 어떻게. 제기...'
운진은 건너편 자리에 얌전히 앉아 밥을 떠 먹는 공희를 쳐다본다.
그 옆에 무척 남루해 보이는 남자는 아까부터 숙희를 흘끔흘끔 훔쳐본다. 누가 보더라도 공희와 숙희의 현저한 차이 때문에 자매로 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운진은 화원 일이 주로 밖에서 하는 것이라서 피부가 많이 그을렸어도 기본 품위나 용모는 출중하기 때문에 남자들 또한 차이가 커 보인다.
숙희는 운진이 대신 말 좀 건네고 이끌어 갔으면 한다.
운진이 마침 지나가는 웨이추레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웨이추레스가 잠깐만요 하고 계속 가버렸다.
   "술 좀 하시나?"
운진은 두 쌍 모두 짝을 지으면 손위 동서가 되지만 아직은이라기 보다는 나이 차의 이상함 때문에 말을 턱 놓기가 그렇다.
   미스터 차란 이가 공희와 십년 차이. 
   그리고 공희는 숙희와 육년 차이. 
   그리고 운진이 숙희 보다 두 살 위. 
그렇게 하다 보니 미스터 차가 운진보다 두 살 위. "공희씨가 차 가져 왔어요?"
숙희가 운진의 다리께를 탁자 밑으로 해서 살짝 만졌다.
운진은 그래도 아랑곳 없이 다른 웨이추레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이번 웨이추레스는 바로 왔다. "뭐, 더 필요하세요?"
   "여기 쏘주 차게 한 거 있나요?" 운진이 물었다.
   "아마... 있을 걸요? 하나 드려요?"
   "녜. 안줏거리로는 야채 튀김을..."
숙희가 운진의 다리를 이번에는 살짝 쥐었다 놨다.
운진이 웨이추레스에게 탁자를 치워 달라는 손신호를 했다.
곧 히스패닠 계통의 남자가 카트를 밀고 와서 탁자 위를 말끔히 치웠다.
   남자새끼들은 술을 먹여 보면 근본을 알지.
운진의 생각이다. 쌔끼, 눈깔 돌리는 게 여엉...
술이 왔다.
운진이 술병을 집어 들었다.
미스터 차란 이가 잔을 두 손으로 들었다.
   "어허! 나보다 연배신 거 같은데." 운진이 술병을 치웠다.
그제서야 미스터 차란 이가 잔을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을 밑으로 했다.
이어 미스터 차가 운진의 잔에 술을 딸았다.
운진은 한손으로 잔을 잡고 다른 손을 반쯤 오다 말았다.
야채 튀김이 마침 왔다.
운진은 첫잔을 단숨에 쭈욱 비웠다.
미스터 차란 이가 잔을 두 손으로 하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마치 나이 든 이 앞에서처럼.
   되게 거슬리네, 거어...
운진은 술잔을 확 내팽개치고 싶었다. 뭐, 내가 벌써 손윗 동서라 이거야?
자매의 눈길이 서로 스쳤다.
숙희가 백을 열려 했다.
   "그래. 식 올리면, 따로 나와 사실 건가?"
   운진이 그 말을 하며 숙희를 약간 제지했다. "어차피 식구도 없는데, 그냥... 살 건가?"
   "아직 몰라요." 공희가 눈을 내리 깔았다.
미스터 차란 이가 잔을 놓고 몸을 의자 등에 기댔다. "따로 살아야죠. 사내 자식이."
운진이 그의 잔에 술을 가득 부었다.
   한잔에 딴 짓거리를 보이냐?
운진은 제 손으로 제 잔에 딸았다. "뭐, 꼭, 그럴 필요도 없지 싶은데."
미스터 차란 자가 입술을 삐쭉거렸다. "소도 기댈 데가 있어야 기댄다고..."
   "한푼이라도 살림에 보태는 게 서로 좋을텐데." 운진은 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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