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1-1x101 인정 받은 사이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12:15

인정 받은 사이

   운진과 숙희는 레스트 에어리아에서 다리도 펴고, 아이스밬스에서 마실 것과 간식도 꺼내어 먹고 하면서 새삼스레 주차장에 잘 세워져 있는 위치에서 지도를 짚어갔다.
둘이 여태 온 거리의 반 정도를 더 가야한다.
그 때가 새벽 네시쯤.
숙희가 가늘게 하품을 했다.
   "졸려요?" 운진이 물었다.
   "아니, 그냥."
   "한 두 시간 반 정도 더 가니까, 그 동안 잠 좀 자요."
   "운진씨도 피곤하잖아."
   "나는 샬롯트에 도착해서 숙희씨 볼 일 볼 때 자죠."
   "나 차에서 자면, 운진씨 졸릴텐데."
   "그럼, 여기 레스트 에어리아에서 눈 좀 붙였다가 떠날까요?"
   "여기서 자도 돼?" 숙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운진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차들을 가리켰다. "저 차들, 자는 거예요."
   "오오... 여태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
   "텐트 가져... 아, 아니다!"
   숙희가 운진의 등을 토닥였다. "착각했어."
운진은 차의 시트를 최대한 밀 수 있는 만큼 뒤로 밀었다. 그런 다음 시트 등받이를 뒤로 폈다.
숙희가 옆자리에 눕고, 운진은 운전석에 누웠다.
   "재밌네?" 숙희가 그렇게 말하고 키득거렸다.
   "이런 거 안 해 봤어요?"
   "내가 이런 걸 어떻게 해보냐! 여자가."
   "다니다 보면 여자들도 이런 여행 많이 하던데?"
   "난..."
운진은 유리는 조금만 열어놓고 하면서 제 쪽의 차 유리를 조절했다.
숙희는 모기 무서워 하면서 차 유리를 올렸다.
둘은 차 천정을 보고 바로 누웠다.
운진은 금새 잠이 들었다.
숙희는 그를 보다가 잠이 금새 드는 것도 복이라 했다.
그들의 옆의 차가 다 자고 떠나려는지 엔진 시동을 걸었다. 그 큰 차가 소리 없이 떠났다.
그러고 나니 숙희의 옆 방향에 공간이 생기고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이 보였다.
새로 네시가 조금 넘었을텐데 벌써 먼동이 트는지 하늘 한쪽이 희끄무리하다.
숙희는 몸을 살며시 움직여서 시트 등받이를 조금 올리고 다시 누웠다. 그녀는 고개를 바깥 쪽으로 향하고 눈을 감으려다가 이상한 공간을 봤다.
   물?
그녀는 머리를 좀 더 들었다. 호수?
레스트 에어리아 주차장 너머가 매끈하니 물이 고인 것 같이 보인다.
그녀는 시트 등받이를 좀 더 올렸다. 그랬더니 힘 안 들이고 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곧 잠이 들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뜨게 된 것은 새들의 지저귐 소리 때문이었다. 그녀는 옆 방향부터 봤다.
해가 떴는데 전면의 나무숲에 아직 숨었다.
나무 사이로 갈라진 햇빛은 물을 환히 내리쬐고 있었다.
   물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숙희는 마치 많이 본 듯한 풍경이라는 착각을 가졌다. 마치 전에 비슷한 상황에 있었듯.
그리고 그녀는 어느 새 얇은 남방 셔츠가 몸에 놓여져 있는 것을 알았다.
   이건 가방에 넣었던 건데?
숙희는 남방 셔츠를 더 동였다. 언제 차에서 내려 꺼냈나? 친절하네...
허걱!
숙희는 차 안에 혼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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