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남자는 여자를 처음 봤을 때 확 땡기는 걸 길이 간직하구요..."
"남자들은 경솔하니까."
"체! 그렇다 그러구요... 여자들은 두고 보고 두고 보고 하다가 버스 떠난 뒤에..."
숙희가 운진의 어깨를 때렸다. "말을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
"여자들은 뜸을 들이는군요."
"여자들은 남자 고르는 데에 시간을 두니까."
"여자도... 첫눈에 반하는 게 있는 모양이던데요, 뭐."
"누가 그래?"
"어?"
"응? 누구한테 들었는데?"
"숙희씨는 첫눈에 반한 남자가 없었어요?"
"운진씨는?"
"전... 솔직히 숙희씨를 처음 봤을 때, 이미... 넋을 잃었어요."
"흐흥. 안 맞으려고 애쓴다."
"처음 보고... 우와아! 키 되게 크다. 그러고는, 실망했죠."
"왜? 나한테 툇짜 맞고?"
"체! 한국 여자 저 정도면 대체로 백인 애들하고 놀지, 어디 같은 코리안은 쳐다나 보겠나."
"어?"
"숙희씨 몸매 보고 우와아 했죠."
"남자들이란, 하여튼!"
"그 때, 수퍼마켓에서 보고, 숙희씨 뒷모습에 우와아 했고..."
"내가 운진씨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는, 비 오는 날 교회 앞에서는?"
"그 때... 를 얘기하면, 난 죽는데."
"왜?"
"이런!"
운진이 머리 위로 휙 지나가는 도로표지판을 가리켰다. "체! 인제 노쓰 캐롤라이나네."
"말 돌리지 말구."
"넘어갑시다."
"뭘 말하면 죽는데?"
"넘어가자구요.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그 때 다 불께요."
"지금 들어야겠는데?"
"지금 말했다가 숙희씨 토라지거나 하면, 저만 손해죠. 나중에 결혼해서 내 여자 되면 그 때 가서 말할 거예요. 그 때까지 참아요."
"그 때 가서 말했다가 진짜 말썽나서 이혼하고 어쩌고 하느니 지금 말하지?"
"오오. 지금 말해서 우리 둘이 갈리지게 되면 좀 나은가 보죠?"
"점점 수상하네?"
"레스트 에어리아 십 마일이라는데, 섭니다?"
"그 때, 나 물에 젖은 거 보고 반했어?"
운진이 느닷없이 큰 기침을 어험 하고 했다.
"역시 그렇군."
숙희가 운진에게 대고 있던 팔을 거두었다. "운진씨도 결국은 다른 남자들처럼 속물이네."
"아니, 허, 참! 자기 몸매 끝내준다고 하는 사람더러 속물이라니."
"남자들이 여자를 겉모습 몸만 보고부터 판단을 하니 한심하다는 거야."
"성격이야 차차 사귀어 가면서 알아지는 거죠. 아, 알고 보니 맘씨도 참 곱네 하는 거죠. 아니, 마음씨가 어떤지 성격이 어떤지 첫눈에 보고 알아집니까?"
"됐어!"
"숙희씨 몸매 쭉 빠진 거는 만인이 인정해요."
"됐다니까?"
"근데, 성질은 더럽네."
"됐... 뭐?"
숙희가 그의 앞가슴을 손등으로 툭 때리고, 운진은 팔로 뒤늦게 막으면서 웃었다. "이거 봐요."
"내 성질을 건드리니까 맞는 거지."
"이래서 사람은 더 사귀어 봐야 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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