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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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12:16

   숙희는 운진이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하며 재미를 느꼈다.
우선 레스트 에어리아의 화장실에서 간단한 양치질과 안면 세수를 하고.
운진이 먼저 땀에 젖은 셔츠를 새 것으로 갈아 입은 뒤 벗은 것으로 해가 들어오는 쪽의 차 유리를 가렸다. 숙희는 그 그늘 속에서 순식간에 셔츠를 새 것으로 갈아 입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런 다음 차는 고속도로로 나갔다.
차는 얼마 안 가서 하늘 높이 솟은 맼도널즈 광고판을 보고 당장 나타난 엨짓으로 빠졌다.
두 사람은 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했다.
그리고 숙희는 그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아침 용변을 봤다.
운진의 그런 모든 제의와 행동이 많이 해 본 사람답게 아주 능숙한 것에 숙희는 웃음이 나왔다.

   그들이 샬롯트란 도시에 도착한 때는 오전 열시 경.
숙희는 아무 공중전화로 찾고자 하는 이글 지사의 위치를 물었다.
운진은 E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으며 그 곳 사무실에서 공짜 지도를 한장 얻었다. 
   "그러니까, 이글이 본사가 어디 있든, 여기 샬롯트 지사들을 처분하는군요?"
   "이글도 여기서 멀지 않대."
   "먼저 안 가봤어요?"
   "먼저는 우리 본사에 왔었잖아."
   "그랬나..."
   "에게? 날 데릴러 와 놓구선?"
   "근데 왜 생소하지?"
   "나도 모르는 버거킹을 찾아서 무조건 들어가 있으라 한 사람이?"
   "그 땐, 그럼, 숙희씨를 데릴러 가야 한다는 일념 하에 주위 아무 것도 안 봤었나?"
   "하긴 그 때, 운진씨, 이제 와서 말이지만, 뭐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운전만 하대?"
   "도중에 어디서 우리 밥 먹었잖아요."
   "무슨 군 부대 있다는 도시."
   "아... 그랬죠."
운진은 지도와 길 표시판을 보느라 정신없다.
숙희는 그가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지금이 그렇다.
그녀로서는 돋보기를 써야 할 것 같은 가는 선의 지도를 그는 열심히 대조하며 이리저리 꺾어지더니 어디 건물 앞에서 차를 세웠다.
둘은 조그마한 샤핑 센터에 끼어든 이글 무엇무엇 파이넨셜 센터라는 간판을 봤다. 
   "저런 건... 뭘, 얼마에, 어떻게 판다는 겁니까?"
   "거래 실적은 괜찮게 나와 있던데..."
운진이 디스포서블 카메라를 집었다. "일단 사진부터 찍고..."
그가 차에서 내려서는 다짜고짜로 셔터를 두어번 눌렀다.
숙희는 약간 혼란되어 머뭇거리다가 차에서 내렸다.
   "안에도 들어가서 찍습니까?"
   "물어보구."
그런데, 운진이 뭘 보고는 숙희의 셔츠를 가만히 당겼다.
   왜? 그녀는 입술로만 말했다. 
숙희의 눈에 보이기로 그 센터에서 여자 두 명이 나오더니 문을 잠그는 것이었다. 출근들 한지 뭘 얼마나 지났다고 사무실을 비우는 건지. 
운진이 그 장면을 살짝 찍었다.
그 두 여인은 하나는 흑인 또 하나는 백인인데, 둘이 나란히 걸어서는 같은 줄에 들어선 세븐-일레븐으로 들어갔다.
그 두 여인은 근 십분 만에 나왔다. 
둘은 종이컵을 하나씩 가졌다. 
이어 두 여인은 두어칸 지나서 있는 노-네임 빵가게로 들어갔다.
근사한 모델의 외제차 한 대가 와서 멎었다. 그 차에서 나이 든 백인 부부가 내렸다.
그 노부부가 그 센터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문을 두어번 당겨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돌아서서 차로 왔다.
그 장면을 운진이 세 컷 정도 찍었다. "알 만하네요."
   "저러고도 실적이 있는 편이면, 제대로 했을 때는 더 할텐데."
   "하나씩 움직이는 생각은 못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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