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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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4. 12:17

   운진과 숙희가 두번째 장소를 찾은 때는 정오쯤이었다.
그 곳은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숙희는 허 하고 웃었다.
   "그러니까 가짜 실적 보고를..."
   "그런가부지. 가, 운진씨. 괜히 여기까지 고생하며 왔네."
   "그래도 진상을 알았으니까 다행이죠."
   "하마터면..."
   "이글이란 돈 회사가... 이러니까 자꾸 다운되는 건가요?"
   "콘추롤을 못하면서 확장만."
   "기왕에 온 거 이글 본사나..."
   "아니. 그냥 갈래."
   "그럴래요?"
   "하마터면..."
운진은 불 꺼진 이글 지사 사무실을 멀리서 그리고 안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숙희는 입을 꾹 다물고 운진이 하자는 대로 움직이기만 했다.
아무데서나 찾아진 샤핑 몰에 들어가서 푸드 코트를 찾건말건. 
아무데서나 찾아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가득 채우든말든.
그녀는 컵에 든 음료수가 바닥 나도록 스트로우를 빨았다. "나 화 나!"
   "올라가서 정식으로 항의 공문 띄워요."
   "이글에서 나를 만만히 보고 이용하는데?"
   "아마 지역을 감독하는 매네저 정도가 있을텐데... 제 일을 안 하나 보죠."
   "그러니 자꾸 쳐지는 걸 나한테..."
   "어쩌면... 본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 실적은?"
   "아마도... 다른 브로커들과 네트워크로 재융자?"
   "오..."
   숙희의 얼굴이 환해졌다. "운진씨, 생각 기가 막히다아!"
   "어쨌거나 실적만 보고 팔고 사려면, 뭐..."
운진이 모는 하늘색 혼다 어코드 승용차는 북상하는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이제부터 얼마 걸려?"
   "먼젓번에... 여덟시간 걸렸죠?"
   "내가 교대해?"
   "오! 이건, 참, 추렄이 아니니까. 게다가 숙희씨 차니까... 가다가, 가는 도중 숙희씨 눈 좀 붙여요. 어제 레스트 에어리아에서 불편한가, 잠을 못 이루시던데."
   "물 구경하느라."
   "그럴 때는, 숙희씨, 또 서정적입니까? 낭만녀?"
   "난 여자 아냐?"
   "그런 뜻이 아니라 서, 정, 적이기도 하시다 이거죠."
   "나 의외로 겁 많고 맘 약해."
   "알죠."
   "반면에... 운진씨한테는 사람들이 실수를 많이 한다?"
   "그렇게 보여요?"
   "겉으로 보면, 운진씨 부드러운 사람으로 보이거든."
   "다행이군요."
   "지금도... 내가 하는 말 다 받아주잖아. 그렇지만, 운진씨 행동은 굉장히 거칠어."
운진이 앞에 레스트 에어리아가 나타난다는 도로표지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난 괜찮아. 그냥 가."
   "다음 레스트 에어리아가 오십육 마일이라는데요?"
   "그... 멈춰, 그럼."
   "아무래도 여자들은 요도가 짧아서."
   "뭐라구? 진짜 수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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