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은 이제 운진의 눈과 입술을 번갈아 본다.
운진은 그냥 전방에 있는 텔레비젼만 보고 있다.
영진의 손 하나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운진의 볼에 가서 닿았다. "제 생명을 구해줘서 고마워요. 저는 어려서부터 찬바람을 갑자기 쐬면 천식을 해요."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무척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겨울에도 영진은 갑자기 천식이 몰려와서 숨을 못 쉰 적이 있었다.
그 때 부모는 어어 하고 구경만 했을 뿐. 그녀가 죽을 힘을 다해 손을 목에 넣고 휘저어 왈칵 토하면서 가래가 나온 바람에 살아났다.
그 때부터 영진은 진짜 결정적인 순간에는 부모도 남이구나 하고 실망했는데.
그리고 영진은 말문을 닫았었는데.
적어도 오운진이란 남자를 만나기까지는.
그런데 오운진이란 남자는 생판 남인데 입과 입으로 해서 가래를 빼내주었다. 그가 배나 가슴을 마구 누른 것은 놀라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로 하여금 숨을 쉬게 하거나 토하게 만들려 한 것이었다.
영진은 갑자기 수줍게 웃었다. 우리의 키쓰가 뭐 이래!
그에게 입술이 다 덮히도록 빼앗긴 것이다.
운진은 눈만 돌려서 그녀를 봤다. "제 조카애도 그래요."
"조카여?"
"녜. 누님한테 있는..."
"아, 그... 교회 성가대에 메조 쏘프라노 하시는?"
"녜. 제 누님을 아세요?"
"진희..."
"걔네들이 현재 버지니아에 사는데..."
운진은 거기서 말을 끊었다. 왜.
아직 영진이란 여자에게 왜라는 설명을 할 필요성을 안 느껴서. "윈터 브레잌에 엄마한테 오고 싶어 하나 봐요."
"아까, 그... 전화."
"녜."
"그럼, 빨리 가보셔야 하잖아요! 아, 저 땜에!"
"가만 있어 봐요."
"왜요. 아까 출발했어야 하는데 제가 천식을 하는 바람에 못 가신 거잖아요."
"가만 있어 봐요."
"버지니아면 먼데..."
"파이널 끝났죠."
"네. 다..."
"그럼, 내일 학교 가요?"
"가도 되구, 안 가도 되구. 미스타 오는요?"
"안 가요."
"네에..."
"내일 바빠요?"
"아뇨. 안 바빠요. 왜요?"
"내일 저랑 버지니아 갈래요?"
"버지니아요..."
"가서 애들만 바로 핔엎해 오면 되는데."
"안 멀어요?"
"가는데 두 시간, 오는 데 두 시간?"
"네 시간이면..."
"안 되시면 말구요. 그냥 바람이나 쐴 겸 같이 가자고 하는 거예요."
"네..."
영진이 운진의 얼굴을 다시 본다. "그게 다예요?"
"녜. 다른 건 없는 데요."
"그냥, 갔다만 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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