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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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0. 09:23

   숙희는 이 날도 차이니스 음식을 배달시켰다.
그런데 그 나이든 중국 남자가 돈을 받고도 바로 안 가고 뭐라 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알아듣지는 못 하겠는데, 안을 기웃거리며 뭘 묻는 기색이다.
숙희는 작은 짜증과 실망이 겹쳤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문을 닫았다.
   이제 그나마 이 차이니스 푸드도 못 시켜 먹겠구나.
그녀는 굳게 가려진 커튼 앞을 일부러 지나 부엌으로 갔다. 설마 반층 베란다를 뛰어 오르진 않겠지. 그랬단 봐라. 면상을!
그녀는 잘 여며진 봉지를 열어보고 실소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주문한 돼지고기 요리 외에 중국식 복장의 나무 인형 한쌍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홍콩 영화에서 흔히 보던 그런 복장의.
숙희는 그것들이 이인용 식탁에 쏟아진 것을 보다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뜻은 같겠지.
   한 쌍의 인형을 선물해?
그녀는 음식도 버릴까 하다가 아까워서 뚜껑을 열었다. '음식은 꼼꼼하게 잘 담았네?'
그러나 그런 중국 노인네가 관심 둘 그런 헛점을 보였거나 그렇게 하도록 그녀가 어떤 신호를 준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다른 데를 찾아서 시켜야겠네...'

   그녀는 방바닥에 아무 것도 깔지않고 스트레칭을 한다.
긴 다리를 엇갈리게 쭉 뻗고 최대한 똑바로 만들려고 한다.
이제는 허벅지가 땡기고 아프다.
    '아이고. 내가 이 나이에 벌써 늙나?'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가랑이를 바닥에 닿게 하려고 애썼다. 벌써 이러면 안 되지. 아직 애도 안 낳았는데, 몸이 이리 굳어서 되겠어?
그녀는 안 구부러지려는 다리를 모아서 방향을 바꿨다. 
이제는 다리를 바꿔서 한번 더 스트레칭을 하고.
이번에는 양쪽으로 최대한 벌려서는 상반신을 구부린다.
두 팔을 양 옆으로 쫙 펼치고 가슴이 바닥에 닿도록 힘을 준다.
가랑이가 그리고 질 안쪽까지 무척 아프다.
   와! 전에는 양쪽으로도 쫙 폈는데.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양다리를 최대한 벌렸다. 
그리고 두덩이 바닥에 닿고 배와 가슴이 짝 달라붙도록 엎드렸다.
그녀는 그 자세로 한참 끙끙대다가 몸을 일으켰다.
   "어쩌다 하려니 몸이 다 굳었네. 이젠 매일 해야겠다."
그녀는 그대로 뒤로 벌렁 누웠다. 
이제는 두 다리를 딱 붙이고 쪽 펴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녀는 천장에다가 추렄 모는 남자를 그려봤다. 혹 종종 놀러왔던 여자랑 살림을 차렸나?
그녀는 누이라는 여자를 미친 척하고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한테 한참 언니뻘 되겠던데.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다. '한숙희. 너 아무래도 돌았나 봐. 그 남자는 같이 다니는 여자가 있는 걸 네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그런데 왜 자꾸 관심을 둬?'
그녀는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고 부끄러워 한다.
그녀가 미국 와서 기억에 넣은 남자는 여태까지 한 명도 없다. 아니 
그녀는 감히 만들 엄두를 내지않았다. 아니.
그녀의 사전에는 남자란 들어있지않다고 인쇄해 넣었다. 왜.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제법 사랑이란 감정을 일으킬 뻔 했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녀는 나이도 나이였거니와 너무 차이가 나서 거리를 좀 두고 지켜보던 중. 그것도 숙희가 겉모습과 다르게 우물쭈물거린 동안 동창 하나가 그 남자를 채갔다.
소위 그 남자의 여자가 됨으로써.
그 때의 충격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절대 남자를 안 만난다고 결심에 결심을 했는데. 
그랬는데 숙희는 벌떡 일어나서 베란다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커튼을 조금 움직였다.
그 더러운 색깔의 추렄은 어디에고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커튼을 신경질적으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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