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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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11

   한편, 제인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은행에 남아있다.
그녀는 하워드의 줄찬 전화를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
그 전에야 하워드가 쑤를 지원했든 아닌 말로 키워서 먹으려 했든, 이제 쑤는 어엿한 애날리스트로서 굵직한 고객을 확보했고. 물론 쑤 그녀의 말이지만, 그녀의 분석 결과 발표는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는 판국에... 
이제는 사양길에 접어든 이혼남이 쑤를 찝쩍거려 봐야...
게다가 쑤가 자랑스럽게 말하던 피앙세가 그 흔한 동양인 남자 정도가 아닌 모양인데.
돈도 없으면서 쑤에게 의뢰되어 팔리기 원하는 소규모 돈 장사 가게를 인수한답시고 그녀를 다시 어떻게 해보려는 하워드에게 콜드 숄더를 주는 것이다.
   사실 하워드는 제인에게 밀려나서 레전씨 뱅크를 그만 두어야 했다.
그 뱅크의 주주총회에서 쑤란 동양 여직원이 유망주라 하더니 왜 갑자기 사직했나에 대한 대답을 제인이 폭로한 것이다.
하워드가 흑심을 품고 쑤를 가르쳤고, 종래에는 이혼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라고.
   No. She's not coming back. (노. 그녀는 돌아오지 않아요.) 제인은 그 한마디로 레전씨 뱅크의 체어맨 오브 더 보드에게 답변했다.
   '지금 쑤는 아이에프티씨에서 알아주는 분석가인데. 흥!'
쑤보다 나이가 많고 아직 독신인 제인.
그녀는 다른 생각을 품었다.
제인 그녀가 하워드를 원하는 것이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하워드의 머리에서 쑤에 대한 열정을 지우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하워드로 하여금 쑤에게 접근했다가 혼나거나 기권하기를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하워드로 하여금 쑤의 피앙세를 직면하도록 만드는 것.
제인은 쑤에게 은근히 질투를 가져왔던 터였다.

   숙희는 운서언니에게 운진과의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을 마치 변명하거나 정당화 하듯 그렇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 절차가 구태여 필요없다고 여긴 것이다.
때가 되면 알게 되려니 한 것도 있고.
그리고 일종의 어부지리라 할까 그런 것을 바란 것도 있다.
운진씨가 집에다 그런 '것' 없다고 말해 버리면 그만이고...
남들 보기에는 둘이 일종의 동거나 마찬가지인데, 그 한의 양반이 뭘 가지고 태기니 뭐니 망발을 했는지는 몰라도 운서의 첫 반응은 조심들 않고 그런 거냐고 가볍게 넘어갔다.
두 여인이 어둑해서 화원으로 돌아오니, 운진이 밥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운서는 그냥 웃어 주고 둘이 사이좋게 먹으라며 가버렸다.
   "나한테도 돈 있는데 왜 자꾸 운진씨가 내?"
   "기왕이면 튼튼하게 잘 키워서..."
   "잘 키워서."
   "닭도 잘 키워서 잡아먹듯."
   "날 잡아먹겠다구!"
   "건강해지면 서로 좋은 거죠."
   "나중에 나 다른 남자에게 가버리면 서운해서 어떡해?"
   "그 놈한테 가서 받죠."
숙희는 속에서 꺄악 하는 용트림이 나오려 해서 미친다.
   나는 그대에게 단단히 빠졌는데, 그대는 여전히 선 너머네?
   내가 원하고 바라듯 고지식한 거야, 아니면, 진짜 꾼이라서 내 피를 말리는 거야?
숙희는 식욕이 돌아서 남자가 한 것이든말든 아주 맛있게 먹는다. "나중에 이런 거 어떻게 만드나 잘 적어줘? 나도 해 볼께."
   "그게 여자가 남자에게 할 소리요?"
   "난 할 줄 모르니까아!"
   숙희는 저도 모르게 어리광을 부렸다. "찌게 하나 하는 것 갖고 되게 뻐시네."
   "원래 대충 만든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요."
   "그러네."
   숙희는 찌게를 더 건져서 밥 위에 놓았다. "겐또로 만든 게 이 정도면..."
   "하긴 여자분이 라면 하나도 제대로 못끓이면서."
   "라면도 그 끓이는 법이 있다며!"
   "아니면, 라면 종류가 왜 그리 많은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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