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운진이 숙희의 혼다 차를 몰고 두 사람은 교회 예배를 참석하러 갔다.
우리더러 다시 돌아오라 해 놓고 정작 너는 빠지느냐 하는 친척의 꾸중 때문에.
여자한테 폭 빠지는 것은 안 좋은 일이라면서.
운진이 숙희를 앞에 서게 하고 건물을 들어서는데, 안내를 맡았는지 성렬이 일일히 인사를 하다가 숙희에게 감히 악수하자는 손을 내밀었다.
숙희는 당연히 미소만 보내주고 손의 접촉을 무시했다.
운진도 성렬과 악수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자존심도 없는 자식!
운진은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하면 덜 비굴해지냐?
병선이가 성가대 가운을 입고 아랫층에서 활개치고 다니다가 사촌형을 봤다.
"성!"
병선이가 운진에게로 달려왔다.
그가 숙희를 보고는 크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숙희도 정중한 인사를 했다.
"성. 성가대 올라올 거지?"
"글쎄?"
그 때 영란이 역시 가운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가 운진에게 곧장 왔다. "오셨네요?"
"어, 녜. 안녕하세요."
운진은 영란에게 인사하며 속에서 흔들리는 어떤 느낌을 가졌다.
영란이 숙희를 싹 훑어보고는 운진에게 눈웃음을 보냈다. "성가대 올라오실 거죠?"
"어..."
운진은 옆의 숙희를 봤다. "글쎄요..."
숙희는 똑떨어진 미인형의 여자가 거북하다. 그리고 괜히 불안하다.
숙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는데.
"안녕." 하는 소리와 함께 운서가 왔다.
운서는 남동생을 미는 시늉을 하며 숙희의 손을 잡아 끌었다. "숙희는 나랑 가자."
병선이가 사촌누나와 사촌형의 여자를 부지런히 따라갔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운진과 영란 둘이만 마주 보게 되는 상황으로 남게 되었다.
"토요일날 오실 줄 알았는데, 바쁘셨나 봐요?" 영란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토요일이요? 어, 녜에..."
"저희 집에서 파티 했는데."
"아, 녜에."
"그 날 교횟분들 거의 다 오셨더랬어요."
"어, 그래요."
"저기, 좀 전에 여기 있었던 사촌... 동생분도 왔었는데."
"녜에."
운진은 영란의 가운이 터질 정도로 불록 솟아 나온 가슴에 정신이 현란하다.
게다가 그 안에 든 유방을 실제와 똑같은지는 몰라도 꿈에서 봤다고 여기니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전에도 그의 코를 자극하고 뇌를 미치게 했던 향수 내음에 또 더욱 그렇다.
게다가 누가 옆에 폴짝거리고 뛰어왔다. "안녕하세요!"
열너댓살 치고 숙성한 몸을 한 영아가 방글방글 웃는데.
그리고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여뜨리고 흔드는데.
운진은 자신을 속으로 나무라며 자매에게 목례를 보내고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그는 숙희를 찾을 겸 성가대실로 올라갔다.
숙희는 성가대 유니폼을 입었는데 큰 키에 너무 잘 어울려 보였다. 그녀는 운진의 뒤와 주위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행여 그 신경 씌이는 여자가 같이 와 있나 해서.
그 여자와... 선 본 거는 아닐테고.
선 본 여자는 화원에도 왔었다는 여자라면,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저 여자?
숙희는 뜻 모를 조바심이 난다. 워낙에 내색을 안 하는 남자니...
게다가 운진의 얼굴은 태연해 보였다.
그래서 숙희는 몸이 더욱 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