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후 숙희와 운진은 단번에 메릴랜드로 돌아왔다.
그들이 허기를 채우고자 들른 곳은 일전에 갔었던 실버 스프링의 ㅎ 음식점.
숙희는 안으로 들어서며 행여 또 아는 얼굴을 만나고 시비 걸릴까 두리번거렸다.
이번에는 다른 웨이추레스에 의해 두 사람은 자리로 안내되었다.
이번에는 숙희가 비빔밥을 시켰다.
운진은 냉면과 갈비를 시켰다.
"으응! 꼭 내가 좋아하는 것만 시킨다?"
"같이 들어요."
둘은 음식이 나오자 일단 배를 채우자고 허겁지겁 덤볐다.
일단 화원으로 돌아와지니 운진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다 말하지 말죠?"
"그러니까... 이글 본사에다가 우리가 본 그대로를 말하지 말라고?"
"저들이라고 모르고 있겠어요?"
"근데도 모가지들이 붙어 있어?"
"일단은, 원인이나 출처가 어쨌든 실적이 들어오니까..."
"무슨... 법적으로 걸릴까 봐 함부고 못 자르고 차라리 파나?"
"흑인이 일해서?"
"누가 알어? 대놓고 인종차별로 나올지."
"아닐... 겁니다."
"응? 뭐?"
"먼저 숙희씨가 이글의 손익대조표에서 허위를 찾아낸 것처럼? 이글이 팔려는 두 지사의 실적을, 그 허위 여부를 가리면..."
"음... 안 할래. 현재 나한테 걸린 어카운트들이 중요해서 그 지사 두 개 정도에다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어. 그냥 본 것만 말할래."
"그러시든지."
숙희가 운진의 턱을 끌어당겨서는 가벼운 입술 맞춤을 주었다. "고마워."
"쉬세요. 피곤하실텐데."
"오늘... 아, 아냐. 가, 얼른!"
숙희는 차라리 운진의 등을 떠다 밀어서 나가게 했다.
그를 자꾸 붙잡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다.
무슨 말만 꺼내면 척척 해결해 주는 그를 붙잡고 싶은데.
그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가 있는 것 같은 추측에 그녀의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그에게 무작정 속마음을 내보였다가 무안이라도 당하면...
그나마 이렇게 이어지는 만남이 뚝 끊어질까 봐 무섭다.
'운진씨의 마음이 나에게 백프로 오도록 어떻게 하지?'
운진은 집 앞에 남의 차들이 두 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삼촌 오셨네... 어이, 시이!
삼촌이 오셨다는 건... 그 여자도 왔을 거라는 말인데.
혹시 누님이 내가 숙희씨랑 어디 간 걸... 아니!
운진은 추측을 고쳤다. 혜정이 고게 입을, 또!
아니나 다를까.
운진이 집 안에 들어서니 삼촌 내외분과 그의 부모의 시선이 일제히 날아왔다.
운진은 정화 그녀가 부엌에서 그릇을 들고 나오는 것을 봤다.
식탁에는 음식이 즐비하다.
"넌 어딜 갔다 오니?" 삼촌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운진은 되려 정화 그녀에게 인사했다.
정화가 그릇을 식탁에 놓고 대꾸 없이 부엌으로 갔다.
"전 밥 먹었습니다." 운진은 식탁을 지나쳤다.
"얘!" 그의 모친이 소리쳤다.
"녜, 엄마!"
"너, 그 기집애랑 어디 갔다 같이 자고 들어오는 거니?"
"녜!"
그의 천연덕스런 대답은 곧 집 안에 낀진 찬물이었다.
집안은 정말 물벼락 맞은 것처럼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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