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이튿날 출근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남 캐롤라이나 주에 다녀온 얘기를 하지않았다.
그 날은 이글에서도 잠잠.
그리고 제인에게서 우려했던 연락이 오지않았다.
숙희는 하루 종일 미사일 만드는 회사의 지난 실적을 맞춰보는 것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그녀는 퇴근을 다섯시 땡 하기 무섭게 실시했다.
운진은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숙희의 눈에 보기에도 매장은 꽃들이나 화분들 그리고 이젠 정원 장식품들이 는다. 진열품은 이제 입구 바깥까지도 나왔다.
운서는 물건 고른 손님에게서 돈 받느라 바쁘다.
숙희는 운서언니에게 인사했다.
운서는 으응 퇴근했어 하고 말로만 받았다. 돌아다 볼 여유 조차 없이 바쁜 것이다.
숙희는 이 날 매장으로 해서 안채로 들어갔다.
숙희는 정말 약을 먹은 이후로 퇴근해서 와도 덜 피곤하다. 전처럼 하루 종일 바빴다가 오면 초죽음이 될 정도의 피곤함이 싹 사라진 것이다.
먹은 약이 좋긴 좋았던 모양이네.
숙희는 시원하게 샤워하고 나왔다. 나가 볼까 아니면 그냥 있어...
그녀는 운진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이제 그녀는 그를 하루라도 못 보면 못 살 것 같다. 아직 결혼에 대한 확신은 안 서지만 운진 그 만이 그녀를 보듬아주고 살펴주고 보호해 줄 것 같다는 확신은 선다.
다만 그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 돌리는 것을 백 프로 막아야 하는데.
그녀는 멋 모르고 그에게서 다짐을 받으려 하다가 망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숙희는 평복으로 갈아입고 매장으로 나갔다.
매장은 이제 한가하다.
운진과 그의 누이가 소근소근 대화하고 있다가 숙희를 보고는 뚝 그쳤다.
"언니..." 숙희는 운진에게 보다는 운서에게 다가갔다.
"갔던 일을 잘 됐대매."
"네?"
숙희는 운진을 봤다. "네... 많은 도움이 됐어요."
"차 안에서 잠 자는 것도 때로는 낭만이지."
"네."
"둘이 그럭저럭 잘 놀러다니네? 텐트 여행에... 아이스밬스 여행에..."
"운진씨가 워낙에 구두쇠라..."
"응, 그래. 운진이가 좀 짜지."
숙희는 남매가 무슨 심각한 얘기를 주고 받은 것은 아니었나 보다고 조금 안심했다.
운진이 두 여인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꺼냈다.
두번째 약 마저 지어 먹자고.
"약 먹었는데, 또?"
숙희는 대답을 그렇게 했지만 약이 더 먹고 싶어졌다.
운서가 쇠뿔은 달궈졌을 때 확 뽑자고, 그 한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숙희는 저녁도 못 먹고, 운서의 차에 동승하고 그 한의를 보러 갔다.
한의가 숙희의 손목을 번갈아 가며 주무르듯 맥을 짚었다.
"맥박이 힘차졌고... 간도 건강해졌고... 신장은 아직 조금 더..."
그가 숙희의 양손목을 거의 동시에 번갈아 짚었다. "근데... 태기가 있나?"
"네엣?"
"네에?"
숙희와 운서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먼저는 자궁맥이 거의 안 잡혔는데, 이번에는..."
그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며 집중하는 체 한다. "아닌가? 그럼, 또 하나의 맥이 뭐지?"
숙희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돼요, 언니!"
"조심들 안 한 거야?"
"네?" 숙희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
"애 들어설 거 걱정 안 하는 거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