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은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본당을 가득 메운 교인들이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
그 중에는 우는 사람들도 있다.
지휘자 선생이 몇번이나 인사를 했는지 모른다.
그가 결국에는 운진을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입으로 에이그 하며.
쏘프라노 영란의 맑은 음성과 바리톤 음성을 가진 운진의 힘찬 베이스가 특히 어울어져서 불려진 합창은 가히 감동적이었던 것이다.
운진은 진희에게 박수를 보냈다.
진희는 개인 생활이야 어떻든 훌륭한 피아노 연주자이다.
그녀가 처음에는 입술을 삐죽이며 운진을 흘겨보더니 나중에는 웃었다.
그녀는 그녀가 술 취한 그에게 한 짓을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것 같아 차라리 마음이 놓인다.
박수가 차차 잦아들고.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눈은 안 오고 몹시 추웠다.
운진은 옛매형과 장시간의 통화를 나누고 마쳤다.
"누님. 저기... 얘네들을..."
"너 애들 아빠랑 애들 문제 의논했니?"
"아뇨, 아뇨!"
"그러면?"
"거기 살기가 좀... 힘든가 봐요."
"그래서 나더러 애들 맡으래?"
"아뇨, 아뇨!"
운진은 좋은 일 할 거면서도 누이가 어려워서 절절 맨다. "도와주려는 거죠."
"그냥 데려다 줘."
"엄마가... 동의하셨는데."
"나 아직 심이 피지 읺았다."
"애들 뒷치닥거리는 제가 댈께요."
"너는 여유 있고?"
"봄부터 화원을 본격적으로..."
"얘. 나, 차라리 니 화원에서 일할까?"
"아, 녜에!"
운진은 누이의 남자같은 성격에 익숙하다. "지금은... 천상 봄이라야."
"그럼, 그 때까지만 가게 일 하지, 뭐."
숙희는 부친이 한다는 가게를 찾다가 헛탕치고 캐피탈 벨트웨이로 도로 나왔다.
어떤 유태계 할머니가 삼십년 넘게 혼자 하다가 지겨워서 헐값에 넘긴 것을 한씨네 온 식구가 덤벼들어서 부지런히 열었더니 매상이 자꾸 오른다고.
'어쨌거나 잘 된 일이지.'
숙희는 이제 부담이 덜 된다. '이제는 정말 독립되는 건가.'
그녀는 벨트웨이를 달리면서 아무 추렄이든 짙은 색이면 쳐다봤다.
좀 특이한 남자야.
그녀는 자꾸 쏠리려는 마음에 스스로 놀란다. 그리고 자신을 야단친다.
그렇지만 친절을 베푼 그가 밉지 않다. 아니.
그가 몹시 고맙다.
매트레쓰와 밬스 스프링을 다 옮겨다 주고. 자리도 창문가로 잡아주고. 그리고 프레임도 다 맞춰서는 당장 잘 수 있도록 공사해 준 그가 고맙다.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 괴로워 하는 것 같은 그의 분위기가 숙희를 주춤하게 만든다.
헥! 미쳤나 봐!
그녀는 오늘도 머리를 세차게 젓는다. 여자 있는 남자를.
그리고 날 언제 봤다고 밥 달라는 남자를.
그녀는 식구에게 전해주지못한 선물을, 옆좌석에 놓인 밬스들을 만져본다. 새해 선물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 밬스들을 집어서 뒷좌석으로 넘겼다.
이쯤에서 인연을 끊을 거면 선물도 치우는 거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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