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14-1x131 이듬해 그들의 봄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2. 01:25

이듬해 그들의 봄

   사람들은 해가 바뀔 때면 새해에는 하고 결심들을 한다.
운진은 지나가다 들렀다는 병선이가 자청해서 도와준다고 한 바람에 화원의 살림집을 싸그리 뒤집어 엎고 새로 싹 꾸미기로 했다. 비록 남자 혼자 살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데처럼 꾸미려는 것이다.
못 쓰는 물건들이 둘의 추렄에 실려 카운티 운영 쓰레기장으로 연신 날라졌다.
운진은 학교만 다녀오면 밤늦게까지 사촌동생을 되려 도왔다.
둘은 카펫을 들어내다가 무얼 발견했다. 
운진이 늘 앉는 낡은 소파 밑에서였다.
   "이거 목걸인데, 성?" 병선이가 아주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을 집어 올렸다.
운진은 너 가져라 하려다가 혹 모를 일이다 하는 예감에 달래서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래도 목수일에 능통한 병선이가 봄에 재오픈할 가게도 이리저리 하자고 건의해서 운진은 구조 변경에 동의했다. 
병선은 아예 제 손으로 해서 먹고 자고 하면서 제 집처럼 부수고 세우고 했다.
   내가 설마 성한테 돈을 달래겠수 하면서.
   어차피 겨울에는 일도 없고 노는데.

   운진은 혼자 시간 나면 목걸이를 꺼내서 본다.
혹시 영진씨가 소파에서 뭉개거나 자다가 빠뜨린 건가 하면서. 
그러고 보니 웬지 눈에 익은 목걸이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목 주위나 하다 못해 몸 부위를 자세히 본 적은 없다.
그는 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 윈터 브레이크가 끝났는데, 영진씨..."
   "저도 걔네 집에 연락을 못 해요."
   "녜?"
   "걔네 어머니가 저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와우..."
   "학교로 가 보시죠."
   "그럴께요."
운진은 그렇게 통화를 끝냈다.
   미스타 킴이 연락온 게...
운진은 그러나 오빠란 이를 만나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궁금도 하다. 혹 영진씨가 오빠한테만 무슨 연락을 전해달라 부탁...
운진은 진희의 제안에 그런다고 대답은 했지만 칼리지 파크의 메릴랜드 대학으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찾아간들... 
만일 돌아왔으면 어디 무슨 강의실에 있는 지 어찌 아나.
학교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면 틀링없이 개인 문제로 안 가르쳐 줄 텐데.
그렇다고 그 비엠더블유 차를 찾아 헤맬 수도 없고.
그렇게.
새해의 일월이 흘러갔다.
   개수공사가 끝난 날, 운진은 병선이를 데리고 나갔다.
둘은 인근에 봐두었던 식당으로 갔다.
거기서 둘은 횟감도 시키고 나중에 따라 나온 매운탕에 곁들여서 소주도 비웠다.
둘은 얼큰해서 찬 바깥으로 나왔다.
   "성. 나, 독신으로 지낼 거야. 성은?"
   "벌써 인생 포기냐?"
   "그래서는 아니구... 세상 여자, 못 믿겠다라구, 성."
   "지니. 진희씨한테 당한 거냐?"
   "아니."
   병선이가 담배 연기를 아주 길게 내뿜었다. "먼저 헤어진 그 애... 이혼했다고 연락왔어."
운진은 쓴 웃음이 나왔다. "지 이혼했다고 연락을 해 와?"
   "그래서 말인데, 성."
   "만나봐라. 뭔 말 하려는지."
   "만나보라고?" 병선이 담배꽁초를 멀리 날려보냈다.
   "지 이혼했다고 연락온 건... 다 뜻이 있는 거다."
   "그런 거야,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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