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사귀다가 결혼한다고 헤어진 지 몇달도 안 되어 이혼했다고 분노에 고민.
다른 하나는 사귀려다가 생이별을 하고는 지레 낙담.
진희에게서 운진에게 연락이 왔다.
삼일 연달아 영진네 집 앞을 지나가 봤는데...
"걔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죠? 땅에 얼음 흔적이 있는데 바퀴 자국이 없어요."
"그럼, 학교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냥, 뭐..."
"혹시, 한국 전화번호 베껴 놓은 거 있어요?"
"없어요. 하지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애요."
"그래요..."
그래서 운진은 또 술을 푼다.
참 잊을 만 하면 누가 귀띔을 해줘서 고맙게도 또 생각나게 해준다.
운진은 제 무릎을 쳤다. 앤서링을!
그래서 그는 화원 전화기를 앤서링이 달린 것으로 바꿨다.
이제 운진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한달만 더 다니면 그만 다녀도 된다.
지피에이가 2.1을 간신히 넘었는데, 원래 신청했던 크레딧은 다 채운 것이다.
하마터면 퇴학 당할 뻔 하더니 원래 보다 조기졸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점수로는 4년제 정규 대학으로의 추렌스퍼는 거의 불가능이다. 추렌스퍼를 원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그 심사를 무척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신입으로 입학할 때 점수가 조금 약해도 조기신청으로 덕을 보는 경우가 더 용의하다. 아니.
실은 학교에서는 영어 서투른 한국인 학생이 그 나이에 공부하고 싶어 애쓰는 것이 애처러워 그렇게 선심 써 준 것인데.
"그래도 추라이 해보지, 성?"
병선이 사촌형의 잔에 소주를 채우며 하는 말이다. "밑져야 본전인데."
"시간 낭비야."
"흐흐. 성 다워."
"일찌감치 돈이나 벌어야겠다."
"성은 못 사는 집 출신도 아닌데, 돈에 되게 연연하네."
"그래서 돈 좀 있다고 남 우습게 아는 것들 코, 콱 납작하게 해주려고."
"흐흐. 어차피 성, 외아들에."
"누님한테 가게 해야지."
"누님한테라면 결론적으로 남의 손에."
"그것까지야 내가 어떻게 하겠냐. 누님 맘이지."
"성. 한국에 나갔다는 미쓰 킴... 안 알아 봐?"
"그냥 넘어가자. 귀찮다."
"흐흐."
"넌 그래서 이혼한다는 여자, 다시 해볼 거냐?"
"골볐수, 성?"
"왜. 헌 여자라?"
"성이나, 그, 셐시투성이 여자, 쏘프라노, 해 보지?"
"좆대가리 정 꼴리면."
"흐흐. 끝내주겠던데." 술들이 취하니 사촌들의 입이 걸어진다.
두 사촌은 아마도 독신으로 지내기로 무언의 언약을 하는가.
둘은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들이키기만 한다.
둘은 술 마신 후의 입가심으로 라면을 끓여서 속을 달랬다.
"넌 아예 집에 안 들어가냐?"
"내가 성하고 있는 줄 알면 울 집에서 안심해."
"날 뭘 믿고."
"성을 못 믿으면 이 세상에는 믿을 놈 하나도 없지."
"나 믿지 마라. 나도 모르는 날 왜 믿냐."
"그 미쓰 킴이... 성을 완전히 휘저어놓고 갔네?"
"집에서 걱정하시기 전에 가 봐라."
"와아, 시이! 공사 다 끝났다 이거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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