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13-2x12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2. 00:44

   이 날도 저녁에 교회에서 특별찬양 연습이 있다고, 성가 대장이 일일히 전화 연락을 하면서...
   "미스타 오 추렄은 우리 집 앞 언덕길을 잘 올라온다며?"
   최 장로가 운진에게 전화해서 하는 말이다. "우리 집 앞길이 빙판일쎄. 뉘집에서 물이 샜는지. 그 자네의 추렄으로 우리 집 딸 둘을 태우러 올 수 없겠나?"
운진은 어이가 없지만 상대가 그래도 장로라서 대번에 거절하기가 좀 그렇다. "작은따님도 성가대 연습에 참여하나요?"
   "걔가 피아노 반주를 해야 해."
   "원래 해 오던 반주자가 할 텐데요."
   "그만 둔대."
   "또요?"
   "또요라니?"
   "저더러는 계속 한다던데요."
   "그래? 언제?"
   "그저께도요."
   "난 못 들었는데. 그만 두겠다는 말 밖에는."
   "여태 호흡을 맞춰 온 반주자가 계속 해야죠. 이제 겨우 일주일 남았는데 갑자기 반주자가 바뀌면 언제 또 맞춰 봅니까? 그리고 작은따님이 아직 나이가 있는데, 그런 곡을 칠까도 그렇고요..."
   "걔가 그래 뵈도 아주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못 치는 곡이 없다네. 하여간..."
   "반주자한테 연락을 해 보시죠, 장로님."
   "자네 오기 싫어서 우기는 건 아닌가?"
   "꼭 그런 건 아닌데요."
운진은 통화를 마치고 기분이 나빠졌다.
   이상한 사람이네! 내가 자기네 집 꼬스까이인가? 먼젓번에도 뒷치닥거리 나한테 다 시키더니! 
운진은 화원을 나서려다가 안으로 더 들어갔다. 에잇! 안 가, 씨발!
운진은 차라리 잠이나 더 자자고 침대를 찾는데. 성 하고 부르는 병선의 음성이 들려왔다.
운진은 침대에 누우려다가 일어났다. 
   저 자식은 여길 또 왜 와!
지휘자 선생이 여전도회 회장을 시장에서 만난 김에 조카 오군 꼭 나오라고 명령하랬다며.
   "엄마가 성을 직접 만나서 안 간다 해도 잡아 끌어내래."
   병선이 말하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난 그냥 울 엄마가 가래서 온 것 뿐이야, 성." 
운진은 침대에 도로 누웠다. "최 장로가 지네 집 딸 핔엎 하래. 니가 가라."
   "누구. 그, 끝내주게 생긴 큰딸?"
   "하구 작은딸 그렇게 둘."
   "작은애 언내는 놔두구. 그 큰딸은 완전... 셐시 그 자체던데, 성."
   "아유, 상관없어! 난 관심없으니까 너나 또 가로채서 같이 놀아!"
   "에이, 성... 진희 일은 미안해, 성. 대신 성은 진희가 성한테서 떨어져 나가고... 덕분에 성은 그 미쓰 킴하고 잘 지냈잖아. 그래서 진희가 나한테 온 건데, 성은 괜히..."
   "너 내 앞에서 진희진희 하는데, 너 지니한테 채여. 알어?"
   "아니, 그럼... 미쓰 킴 없다구, 성, 진희랑 도로?"
   "지니진희가 너 하고 어울린 바람에 성가대에서도 날 바로 못 보겠다고 한다, 응?"
   "진희 반주 그만 두잖어."
   "해." 운진은 사촌동생에게 등을 보였다.
   "해? 성이 그걸 어떻게 알어?"
   병선이 사촌 형의 몸을 흔들었다. "성이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아는데?"
   "내가 지니진희더러 직접 그랬어. 반주 계속 하자고."
   "그랬더니, 한대?"
   "그래! 내가 하라면 한다고. 됐냐?"
   "어, 뭐 이래..."
   "가라, 가!" 운진은 누운 채 발길질을 했다.
   "나더러는 성 얼굴 볼 면목없다고 안 한댔는데..."
   "가라니까?"
운진은 사촌만 아니면 뽄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새끼가 가만 보니까!...
병선은 넋 나간 놈처럼 몸이 그냥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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