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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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2. 00:48

   병선이가 사촌형을 염려하면서 핑게 김에 진희에게 말을 붙이려는데.
진희는 마치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듯 그렇게 뚝 떨어져서 걷는다.
운진은 어리어리한 머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계단을 오른다.
이층 성가대 연습실에 사람들이 이미 와 있는 지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그들의 뒤에서 계단을 퉁퉁거리고 뛰어오른다.
   "아, 오군!" 지휘자 선생의 음성이다.
운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
   "그래도 오늘은 나와주었군. 오늘 연습만 잘 해도 오군은 될 거야."
   지휘자 선생이 진희를 봤다. "오! 미쓰 강도 오네!"
진희는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병선이만 인사 주고 받는 데서 빠진 것이다.

   성가대원들이 하나같이 운진을 반가워했다.
운진은 그저 고개만 주억거렸다.
그의 누이 운서가 동생을 유심히 보다가 앞을 보고 섰다.
딱딱딱!
지휘자 선생이 앞의 악보대를 지휘봉을 쳤다.
   "오늘부터는 한곡 한곡 하는 게 아니라 실제처럼 처음부터 나가는 거예요. 간혹 틀리는 데가 있어도 내가 표시만 해 놓고 넘어갈 테니까 계속..."
그 때 최 장로와 최영란과 최영아가 들어섰다.
영아가 진희를 보고는 아무 의자에나 가서 앉았다.
영란이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최 장로가 운진에게 눈짓을 했다.
운진은 핑게 김에 악보를 내려다 봤다. 뭐야, 시발!
병선이가 뒤를 돌아다 보는 김에 제 사촌형을 봤다.
   앞 봐!
운진이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면, 니가 쫓아가서 데리고 오던가.
최 장로가 지나가며 운진을 툭 건드렸다. "아, 좀 나가 봐, 이 사람아."
   "녜?" 운진은 인상까지 썼다.
그 때 여인의 손 하나가 뻗어와서 운진의 팔을 툭 쳤다.
운진은 그 손의 주인을 더듬어 올라가 보고는 어 했다. 그의 누이였다.
운서가 남동생에게 어서 움직이라는 눈짓을 했다.
   누님까지도 왜.
   특별 찬양이잖아.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예요...
   일단 쏘프라노가 필요하니까!
운진은 악보를 옆사람에게 확 팽개치듯 주고는 대열에서 벗어났다.
   에이, 시발! 어딨는 거야!
운진은 연습실을 나와서 복도를 둘러보다가 어떤 여인의 시선과 마주쳤다. "어, 왜 거기 계세요. 연습하러 오신 거 아니예요?"
영란이 운진을 똑바로 본다. "뭔가 저한테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애요."
   "녜?"
피아노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운진은 그녀더러 들어가자고 손짓하는데. 
그녀가 두 팔을 앞으로 끌어안고 돌아섰다.
   "일단... 연습부터 하시죠. 쏘프라노가 늘 먼저라서."
운진의 그 말에 영란이 다시 돌아섰다. "제가 미스타 오를 불쾌하게 만든 것 있어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연습부터 하시죠."
   "연습이 그리 중요한가요?"
   "아니!"
   운진은 이제 화가 난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나, 전부들, 증말!" 
영란이 깜짝 놀라며 팔을 풀었다.
운진은 그 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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