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화원으로 돌아와서 운진이 이미 퇴근했음을 알았다.
에이. 자랑스럽게 말할 게 있었는데.
숙희는 욕실로 가면서 복도에서부터 옷을 훌훌 벗었다. 사랑을 잘못 표현하면서 그게 남한테 피해가 되는 걸 전혀 고려치 않는 인간들은 하워드처럼 혼나 봐야 해!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약을 중탕하기 위해 냄비에 물을 담아 스토브에 올려놓았다.
그러한 동작을 하면서 숙희에게서 콧노래가 나왔다.
상훈이도 운진씨의 기세에 눌려 꼼짝 못 하는 것을 봤지.
아빠도, 운진씨가 싸가지 없이 군 거는 거슬리지만, 꼼짝 못 하고.
공희엄마도 이상하게 운진씨한테 절절 매는 것 같고.
운진씨!
그대는 나의 방패요 울타리임에 틀림없는데...
그런데 그를 백프로 확실히 가졌다는 확신이 아직 모자란다.
물론 그런 것을 확인한다고 몸을 함부로 열고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이미 그녀는 술김에서였지만 몇차례 그를 덮쳤다가 미수에 그친 후로 절대 안 한다.
그렇다고 운진 그가 은근히 비치건 단도집입적으로 나오든 하지도 않는다. 그가 최근에 와서 나타내는 말 표현이 우리는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라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한다는 아주 큰 발전인 것이다.
평소엔 말을 잘 안 하려 하지만, 어쩌다 화가 났거나 못마땅한 게 있으면 말을 아주 잘 해.
숙희는 은색 약봉지 겉을 만져서 대충 뜨뜻한 것 같아 물에서 꺼냈다. 나를 건강하게 해서.
숙희는 무슨 생각을 하고는 혼자 큭큭큭거리고 웃었다.
아!
숙희는 저 아래 질이 또 미끌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왜지?
이튿날.
수키는 회사로 경찰의 방문을 받았다.
하워드가 그녀를 공격한 것에 대한 진술을 받고 녹음하기 원한다고.
경찰이 유도심문하고 이끌어가려는 의도는 주로 치정에 의한 보복행위 또는 어떤 거래상의 마찰로 인한 분풀이 행동쪽이었다.
그녀로서는 둘 다 부정할 위치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둘 다 긍정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결국 경찰의 입에서 두 사람이 한때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다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이 그것도 추궁하듯이 나왔다.
"노!" 그녀는 녹음기를 보고 쏘아부쳤다.
[그는 당신 때문에 많은 비용을 물어가며 이혼을 했다던데요?]
[그는 내가 레전씨 뱅크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미 부인과의 사이가 안 좋았다고 들었어요.]
"We've met his wife and... (우리가 그의 부인을 만나봤는데.)"
"..."
"Howard and you... slept together? (하워드와 당신이, 같이 잠 잔 적 있죠?)"
"노! 네버!"
[그가 당신과 잤다면서 집 밖에서 자고 들어온 날, 부인에게 이혼을 통고했다죠.]
"No! I never slept with him! (노! 너는 그와 절대 자지 않았어요!)"
"그랜드 호텔."
[거기서 오페라가 열렸죠. 그가 초대권 두 장을 보여주며 가자 했어요. 나는 물론 거절했고.]
[그렇다면, 하워드와 대질 심문에 동의하겠소?]
"I have to talk to my finace. (내 피앙세와 얘기해야 해요.)"
[하워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신의 피앙세는 피하기 위한 핑게(excuse)의 피앙세라면서요?]
"하하!"
수키는 이제 웃을 수 있었다. "I live with him. (나는 그와 같이 살아요.)"
그래 놓고 그녀는 아차 했다.
화원에서는 나 혼자 자고 운진씨는 집으로 가는데...
하워드가 그 날 화원에서 운진씨와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안 물어봤네?
경찰이 포켓용 녹음기를 꺼내 놓았다. [메릴랜드 주에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한 후에 녹음이 허용됩니다, 미쓰 쑤.]
"I, I need, I want a lawyer! (나는 변호사가 필, 원해요!)"
"You know this is serious. Yes? (이거 심각한 거 알죠?)"
"This is serious! I'm going to call my fiance! (심각하네요! 피앙세에게 전화하겠어요!)"
수키가 화를 내니 경찰이 주춤거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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