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운진에게 입이 안 떨어지는 것을 간신히 말했다.
오션 씨티 가자고.
"어차피 팔월 말이면 화원을 닫잖아."
"그 때는 물이 찰 텐데요."
"꼭 물에 들어가고 싶어서는 아니구... 우리 둘이, 그냥."
"회사에서 며칠 받아요?"
"금요일부터 빠지면, 금, 토, 일, 월, 이렇게."
"그럼, 호텔에 전화 예약하고 계약금도 보내야 하는데요."
"내가 할께!"
그래서 수키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오션 씨티 여기저기에 방 있나 알아봤다.
그리고 찾아진 것이 H 호텔의 꼭대기 방.
그것도 운 좋게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수키는 하루치 계약금 쪼로 수표를 한장 끊어서 당장 부쳤다.
그것을 그 층의 안내하는 백인 여자가 보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아웃고잉 메일함에 꽂히니 자연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수키는 전무급 보쓰에게 직접 가서 구월의 첫 금요일 하루 빠진다고 말했다.
"Where to, Sue?" 그가 의미있는 미소로 물었다.
"Ocean City?"
"With whom? Alone?"
"With my fiance."
"Nice! Have a good time, Sue!"
"Thanks!"
수키는 만사가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화원 뒷뜰은 이제 민둥밭이 되었다.
밭에서 거둬진 마른 줄기들은 일꾼들이 불을 놓았다.
일꾼들은 화원 주인 대신 운서에게서 임금을 나눠 받고 헤어졌다.
그들은 일부는 걸어서 혹은 낡아빠진 스테이숀웨곤에 타고 과수원으로 향했다.
운진이 벌써 그 곳에 가 있는 것이다.
계약금 쪼로 십분의 일을 다운하고 수확량을 직접 지켜보는 것이다.
대지값으로는 에이커 당 이천불에 과수원 쪼로 일년치 매상 백만불인데 그만한 가치가 과연 있는지, 일단은 계약금을 걸어야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사실과 다르면 계약 해지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편.
오씨 집안은 아들이 돈 필요하다는 바람에 나가 있는 돈들을 몽땅 거둔다고 해서 워싱톤 디 씨 일대와 볼티모어까지 찔끔찔끔 빌려간 상인들이 비상이 걸렸다.
한 때 메트로폴리탄 에어리아에서 큰 돈줄이던 김아줌마가 풀었던 돈을 몽땅 회수한다고.
"성! 아니, 무슨 일을 벌리는 건데?"
병선이가 당장 쫓아왔다. "난리들 났어, 성!"
그 당시만 해도 백만불이라면 하면 거금이었다.
소형 승용차 풀 옆숀이 만불이면 대단하던 시절이었다.
휘발유가 갤런 당 구십 구전하던 시절이었다.
담배가 한 갑에 일불 몇십전 하던 시절이었다.
병선이는 과수원을 카트에 타고 돌아보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화원의 이십 에이커도 끝이 안 보이는데, 오백 에이커의 과수원은...
게다가 사촌형이 던진 말에 병선이는 너무 놀라서 오줌을 지릴 뻔 했다.
나중에 여기 용도 변경 허가 신청해서 집 짓자.
그 때는 에이커당 만불 달랠 거다.
집은 개인 주택으로 가격대는 해프 밀리언 달라 규모... 너 집 지을 줄 아는 거 맞지 해 가며.
지금의 땅 주인이라고 그런 생각을 못 했겠나.
"성의 욕심은 어디까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