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입 소문이 얼마나 빠르고 무서운가.
숙희는 운진을 따라서 교회에 갔다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벌써 소문이 짝 난 것이다.
이제 서른을 엊그제 넘긴 청년이 백만불대의 자산을 굴려.
게다가 색씨는 키도 크고 늘씬한 미인을 뒀어.
그런데 둘이 얼마나 검소한지 아직도 헌 차를 몰고 다닌다고.
심지어 설교 제목에 검소한 생활이 곧 그리스도인의 본분이라고 들어갔고.
부유한 집 배경에 학식 높았던 사도 바울이 성령을 받아들이고는 목숨 건 전파 할동에 일생을 바친 스토리가 포함되었다.
운진과 숙희가 성가대에 섞여서 조용히 앉아 있는데, 동료 대원들이 자꾸 보는 것이다.
특히...
최영란은 심기가 심히 불편하다.
버지니아의 그 작자는 떨어져 나갈 줄을 모르고 아직도 딸 가지고 약을 올린다. 할 얘기가 있다 해서 갔다가 몸을 또 버리고 몰매도 맞았었는데.
그녀가 사로잡고자 하는 오운진이란 사내는 점점 높아져만 간다.
최영란은 한숙희를 찬찬히 훑어봤다. '쉽지는 않겠다... 천상 그 수 밖에.'
예배가 끝난 후 교인들이 아랫층 친교실에서 부인회의 간식을 사려고 주욱 줄을 섰다.
운진은 모친이 부엌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알고 숙희의 손을 찾아서 잡고 나가자고 했다.
하이힐을 신은 숙희는 그 키가 운진과 맞먹었다.
두 사람이 사람들 틈을 헤집고 나가는 모습이 그의 모친의 눈에 띄었다.
"내 저 놈의 자식, 돈 안 해 줘!"
운서가 마침 줄에 섰다가 그 말을 들었다. "엄마!"
"왜!"
"운진이 싫어하는 거를 왜 자꾸 하우?"
"내가, 뭘!"
"엄마가 그런다고 쟤네들 안 헤어지구. 왜 자꾸 밖에서 말을 퍼뜨려요?"
"그래서 안 될 거 있대?"
"쟤... 엄마한테 돈 해 달랬는데, 엄마가 치사하게 나오면, 쟤. 계약금 날리는 한이 있어도 때려칠 거 몰라서 그러우?"
"흥! 계약금 날리면 저만 손해지."
"엄만 아들 잃구."
"저 기집애를 왜 안 헤어지는 거야?"
"일 내겠네."
"저 기집애가 아주 빈털털이면서 운진이한테 찰거머리 마냥 달라 붙어서는!"
"둘이 얼마나 죽고 못 사는데."
운서의 마지막 그 말이 영란의 귀에 들어갔다.
천상 내가 먼저 선제 공격을...
영란은 일부러 운서 뒤에 가서 섰다. "안녕하세요?"
운서가 뒤를 휙 돌아다봤다. "오옹. 난 또 누구라구."
그런데 운진모가 영란에게 아주 절친한 웃음을 던졌다.
그것은 영란이 맘에 들어서가 아니었다.
운진모에게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이 기집애도 장로 딸이라면서 품행이 개판이지만 저것들 떨어져 나가게만 해 준다면.
근데 잘못 해서 우리 집 며느리로 들어오게 된다고 하면 그거 또 문제겠네.
운서는 최영란이 은근히 기분 나쁘다.
먼저 특별 찬양 연습 때야 일단 수습하자고 동생을 부추겨서 영란을 성가대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그것이 무슨 빌미거리를 준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게다가 최영란에게는 딸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지 않는가.
사촌동생 병선이가 버지니아의 새 집 사이딩 회사 몇군데에 연락해 본 결과 영란의 남자로 여겨지는 이가 사이딩 메카닠으로 일한다는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만일 노가다로 일하는 것이 맞다면 아마 어디 헬퍼 정도인가 보다고.
그렇다면 집안에서 하는 술 가게 빼면 볼 것 없다는 거네?
우리 운진이가 백만불대 과수원을 넘본다고 하니 눈들이 뒤집힌 모양...
게다가 딸도 딸렸다고 소문 난 주제에! 사람들이 모르는 줄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