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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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2. 01:29

   영란은 오늘도 집으로 찾아온 남자를 문전박대한다.
한번 잘못된 판단에 속은 것으로 족하다고.
   "계속 이렇게 찾아와서 날 괴롭혀. 영호 오면 혼내주라 할 테니까!"
   "영호는 내 편일 걸?"
   사내가 약을 올린다. "그리고, 지까짓게 누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나? 콩가루 집안?"
그런데 이 집의 어르신 최 장로는 큰기침만 할 뿐 모른 척 하는 기색이다.
이 집의 작은딸 영아는 언니와 남자의 말 실랑이를 빤히 구경한다.
   "나 새 남자 생겼어. 그러니 이제 그만 와서 치근대."
   "어떤 눈 먼 놈이 애 딸린 여자를?"
   "무슨 상관이야!"
   "또 거짓말했겠지. 애 엄마 아닌 것 처럼."
   "다 봤어."
   "뭐?"
   "내가 애 데리고 교회 나가서 다 보고 안다고!"
   "흥!"
   "그러니 꺼지고, 다신 오지 마!"
   "애가 눈에 안 걸리나부지?"
   "내가 원하던 애가 아니니까!"
   "그게 애 엄마가 할 소리는 아니지."
그 때쯤 영아가 현관문을 세게 닫았다.
하마터면 언니가 문에 머리를 부딪칠 뻔 했다.
   문 못 열어 하고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왜, 니가..."
영란은 동생을 뭐라 하려다가 만다. 동생에게 본이 안 되는 것이다.
영아가 리빙룸의 소파에 가서 신경질적으로 앉았다.
최 장로는 애끓는 큰기침만 한다.
장로 사모님은 어디에고 안 보인다.
   잠시 후, 자동차의 엔진 시동걸리는 소리가 나고.
연 이어 크래쉬 하는 소리가 났다.
   저 인간이!
영란은 문을 향해 내달았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녀가 문을 열고 내다보니 그녀의 포드 승용차가 길 가로 밀려 나가 있는데, 앞 범퍼가 상을 잔뜩 찡그리듯 찌그러졌다.
   "야아!" 영란은 온 동네가 떠나라고 악을 썼다.
소형 노란색 쉐볼레 승용차가 삐뚤뻬뚤거리며 골목을 빠져 나갔다. 
그 차의 뒷범퍼가 완전 우그러져 들어간 것이 보였다.
   "지독한 인간! 천벌 맞아라!" 영란은 이를 내보이며 부들부들 떨었다.

   운진은 이 날도 목걸이를 꺼내어 손에서 까분다. 
어디서 많이 본 물건이다.
목걸이를 남자가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는 목걸이 같은 것을 목에 걸친 역사가 없고 혹 병선인가 하려 해도 병선 그가 그 목걸이를 먼저 발견했다. 
그 목걸이는 누가 보더라도 여자가 하던 것이다.
운진은 그 목걸이를 걸친 목을 연상해 봤다. 아니.
이 화원 안채를 드나든 여인을 우선 떠올려 봤다.
우선 삼촌이 땅값만 주고 샀을 때, 여기 안채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다고 했다. 창고였다고.
운진 그가 이 곳에서 기거하기 시작한 이후 드나든 여자라면 영진과 진희 둘 뿐이다.
그는 우선 영진의 목에 그 목걸이가 걸린 것을 그려봤다. 그는 사실 영진의 목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진희의 목에 그 목걸이를 걸어봤다. 
그런데 그의 눈 앞에 느닷없이 지니의 흰 엉덩이가 보였다. 그리고 진희의 뒷머리도 보였다.
   아! 그는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는 아냐 아냐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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