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 일기예보마다 눈에 대해서 경고한다.
운진은 오늘도 학교에 다녀왔다. 이제 그는 어싸인먼트도 줄어들었다. 그에게 주어지는 홈워크는 주로 리뷰이다. 왜.
이제부터는 그가 뭘 하든 졸업에 도움 되거나 지장 주지 않기 때문에.
그는 화원 앞에 추렄을 대고는 내리지 않았다.
그는 그냥 추렄 안에 타고 눈 앞의 건물을 마치 남의 것을 보는 양.
그러다가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엔진의 발동을 껐다.
그는 가방을 내릴까 하고 옆좌석을 내려다봤다. 가방 안에는 그 동안 학교에 제출했던 페이퍼 워크들이 잔뜩 들어있다. 안에 들어가 봐야 심심할 것이다.
그나마 구박 받으면서도 놀러오던 사촌동생 병선이는 이삼일 전 플로리다에 칸도 외부공사 하청을 누가 도와달란다고 해서 내려갔다.
성 수업 들어갈 필요 없는데 꽃 필 때까지 같이 내려가지 하는 말을 남기고.
플로리다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쉬지않고 운전해서 하루라고. 엄밀히 말하면 16시간.
에잇! 뭐하러...
그는 차 열쇠를 점퍼 주머니에 넣고 차 문을 밀었다.
가방은 추렄 안에서 얼거나 말거나.
핑게 김에 펜실배니아 농장에다 전화나...
운진은 누가 따라 붙는 것 같은 착각에 얼른 돌아섰다. "어?"
"안녕?"
진희였다. 진희가 털 모자 달린 흰색 점퍼에 짝 달라붙은 청바지 차림으로 다가왔다.
"오늘 쉬는 날? 이 시간에 여길 어떻게."
"양품점 그만 뒀어."
"어, 그래요. 어, 녜."
"장사도 안 되고... 그 집에 최근에 이민온 조카 딸이 있는데, 바로 일 시키나 봐."
"그런 법이 어딨지..."
"큰언니도 그러셨는데... 암만 자기네 가게지만, 순 자기네들 맘대루."
정말 눈이 오려나 하늘은 잔뜩 내려 앉았고.
두어발짝 떨어져 마주 보는 둘 사이로 찬바람이 씽씽 지나간다.
"어쨌거나 들어가실... 래요?"
운진은 차 열쇠를 꺼내 들었다. "병선이, 플로라디 간 거?"
"말은 들었는데. 뭐, 그냥... 그런가 보다... 이젠 나랑, 뭐."
진희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점퍼를 벗어서 소파에다 걸쳤다.
목까지 올라간 앙고라 스웨터가 그녀의 상반신을 잘 윤곽나게 했다. "커피 있어?"
"커피야, 뭐... 이 시간에 커피 마셔도 괜찮아요?"
"난 커피 마셔도 잠 잘 와."
"희한하시네요."
운진은 양은 주전자를 찾아서 물을 담고 스토브 위에 올려놨다.
진희가 선 채 새로 꾸며진 실내를 찬찬히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진희는 엉덩이가 참 탐스럽다. 통통하니 크기도 알맞고. 진희의 잘 발달한 둔부에 비해 질 입구가 깊숙하고 해서 대강 근처만 가도 자동적으로 삽입이...
운진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주전자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미친 놈! 제대로 니가 봤냐? 이 아줌마 하도 빨리 하는 아줌마라...
그의 머릿속의 셐스에 대한 상상은 영란이란 여자와 꿈에서 한... 질탕한 셐스.
그런데 이젠 그 장면이 잘 안 떠오른다. 그런 꿈을 꾸었다는 기억만 짜낼 뿐.
운진은 커피 두잔을 부지런히 준비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응?"
진희가 새삼 놀라는 것 같았다. "응!"
두 사람이 식탁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운진은 바지주머니에 늘 넣고 다니는 그 목걸이를 끄집어 냈다. "이거..."
"응?
진희가 커핏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손부터 내밀었다. "목걸이네?"
운진은 진희의 가려진 목을 봤다. "거기껀가 하고."
진희가 흣 하고 놀라며 그 목걸이를 나꿔챘다. "이거! 어디서 찾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