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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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2. 01:30

   수키는 텔러들이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는 쿨하다' 라고 칭찬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녀는 통 크게 관대하다.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최대한의 아량을 베푼다.
그리고 직원들의 웬만한 과실이 은행 업무에 큰 지장없고 은행 명성에 먹칠하는 것이 아니면 그녀의 선에서 처리되는 것을 하워드도 뭐라 하지않는다.
   한번은 텔러가 수키를 손짓으로 불렀다.
용건은 손님 하나가 체크를 캐쉬하려는데 수표에 끄적거린 서명과 보관철의 것이 다르다는 것.
그 손님 사내가 최근 운전면허증을 재교부하며 핑게 김에 서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No problem!" 
수키는 서명변경 용지를 찾아냈다.
그 사내가 새 서명을 하고 은행은 보관철의 것을 버렸다. 그리고 그는 수표를 현찰로 바꿀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시원시원했다.  
   그녀가 늘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이이고, 그녀는 마감된 창구를 최소 두번 이상 점검한다. 하다 못해 동전 하나가 발견되어도 그것을 그 자리에다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놓는다.
   [이천불 들어오고 천불 나갔으면 천불이 정확히 남아야 해요. 일불도 모자랄 수 없고, 십전도 남을 수 없어요. 그러나 모자란다고 빨리 마감하고 퇴근하기 위해 자신의 돈을 넣지 말아요.]
   그녀가 직원들을 교육시키며 한 말이다. [때로는 은행 전체 돈이 그 찔러넣어둔 돈 때문에 남아서 밤새 확인 작업을 해야하는 헛수고를 유발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녀의 등 뒤로 어떤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즉 하워드가 최근 들어 부인과 불화가 잦다는 것 하나와 그가 수키와 데이트 하는 것이 목격되었다는 것 하나이다. 
하워드가 부인과 불화가 잦은 것이 그러면 수키 때문이냐라는 추리가 나왔다.
수키가 권력을 휘두르는 데에는 하워드가 뒤에서 감싸주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리도 나왔다.
자연적으로 수키는 텔러들에게 외톨이가 되어가고.
자연적으로 하워드에게는 비웃음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워드는 백인 게다가 유태인이면서 차이니스 워먼 수키와 불륜을 갖는다고. 
그러다가 급기야 본격적인 확정이 나오게 된 사건이 하나 터졌다.
하워드가 고객으로부터 선물로 들어온 고급 레스토랑 우대권 두장을 수키에게 보여주면서 같이 갈 의향을 떠 보는 장면이 한 직원의 눈에 띄었다.
그런 것은 당연히 배우자와 둘이 사용하라고 두장을 준 것 아닌가. 
그런데 하워드가 그것을 수키에게 보여주었고 그 날따라 그녀가 일찍 퇴근했다. 
그리고 누가 몰래 숨어서 지켜보니, 하워드가 평소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 즉 디 씨 다운타운으로 차를 돌리더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수키가 전날과 똑같은 복장으로 출근을 했으며, 하워드는 결근을.
즉 둘이 어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잘 먹고 마시고 외박을. 
그래서 여자는 전날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어야 했고, 남자는 집에서 난리가 나서 아마도 일단 피신을 하지 않았느냐. 
수키란 동양 여인이 그런 수법을 쓰지않고서야 어찌 빠른 기간 내에 그 자리에 오를 수가 있었겠느냐는 아주 구체적인 빌미거리가 직원들 입에 오르내렸다. 
   수키는 그런 눈초리나 손가락질을 전혀 모른 채 은행일에 충실했다.
그녀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텔러들이 슬슬 돈 장난을 하기 시작하고서였다.
어떤 날은 돈들이 모자라고. 어떤 날은 돈들이 남고.
게다가 그 날의 처음 업무 개시 때 캐쉬어들이 사용하는 설합에 들어갈 돈 추레이를 수키가 금고에서 하나씩 내주는데, 거기서부터 돈이 틀린다고 우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백인 키-퍼슨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가 하워드의 상관인 은행장에게 일러바쳤다.
   하워드는 당연히 수키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 날 돈이 틀린 텔러 두 여자가 하워드의 손에서 전격 해고되었다.
수키는 그 날의 최종 마감에서 마이너스 백불을 기록해야 했다.
   "Don't worry, Sue. Write it off. (쑤, 걱정말아요. 손해로 처리해요.)"
   하워드가 수키에게 귀띔했다. [그들이 우리를 모함하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을 나는 예전에 알고 있었소. 그러나 우리는 결백하니까, 걱정할 것 없어요.]
수키는 몹시 불쾌한 빛을 띄웠다. 날 왜 쑤라고 자꾸 부르지? 
게다가 수키가 퇴근하고 나서니 모가지 당한 텔러가 남자를 동반하고 나타났다. 
그 때 마침 바로 뒤따라 나온 하워드가 목격하고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소리질러서 모면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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